조직폭력배 세계를 노골적으로 파헤친 거친 연극 한 편이 대학로 뒷골목에 등장했다. 아우내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메이드 인 차이나'이다. 화제작 '로키호러 쇼'와 '버자이너모놀로그'의 연출가 이지나가 아일랜드 작가 마크 오로(32)의 원작을 연출한 이 작품은 입에 담기 험한 욕과 음담 패설, 폭력이 난무한다. 조폭 세계를 미화하는 구석은 전혀 없고, 조잡하고 추악한 밑바닥 인생을 보기 거북할 만큼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조직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빠다(정경호 분), 같은 조직원이지만 빠다와는 사이가 나쁜 독사(김병춘 분), 빠다의 친구로 조폭 세계에 매력을 느껴 뛰어들고 싶어하는 목탁(박종규 분)이 등장한다. 김병춘 정경호는 대학로에서 손꼽히는 실력파, 박종규는 신인이다. 세 배우는 진짜 조폭 뺨치게 실감나는 열연을 펼치는데, 막판에는 몸을 아끼지 않고 난투극까지 벌인다.
과격하고 저속해보이는 이 연극이 결코 3류가 아닌 것은 현실에 대한 통찰을 비수처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일간지 아이리시 타임스의 '2001년 최고 연극상'을 받았다.
제목 '메이드 인 차이나'는 중국제 싸구려 물건처럼 후줄근한 삼류 인생에 대한 조롱이다. 어떻게든 폼나게 보이려고 허세를 부리는 안쓰러운 모습에 관객은 폭소를 터뜨리면서도 연민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공연은 새해 1월 19일까지. (02)790―4048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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