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5일 워싱턴에서 있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가 끝난 뒤 "(SOFA의) 내용을 변경하더라도 사전에 그 같은 사고(여중생 사망사건)를 방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국민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SOFA의 개정요구에 대해 미국이 공개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힌 셈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SOFA의 운영절차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한국민의 성난 여론을 무마하기가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이 문제는 우선 향후 한미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거철이어서 그렇다 할지라도, 모든 대선 후보들이 SOFA의 개정을 요구하면서 정부의 굴욕적인 교섭자세를 질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SOFA의 개정을 미국측에 요구할 것이고, 미국도 지금처럼 무성의한 자세로 일관하다가는 자칫 양국의 전통적 우호 관계에 부정적 요인을 만들 수 있다.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반미 감정'까지 감안할 때 한국의 다음 정부가 출범한 이후 SOFA의 개정 문제는 심각한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미국측의 보다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것이다.
물론 일의 우선순위로 보아 정부의 무책임한 자세를 꾸짖는 게 앞서야 할 것이다. '미국이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관의 탓인지 정부의 어느 부처, 어느 관계자도 미국에 대해 떳떳이 SOFA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관계장관 대책회의에서도 '개정'보다는 '운영절차의 개선'으로, 정부가 스스로 요구수준을 낮추었다. 그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SOFA 굴욕외교'라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아무리 물러가는 정부라고 하지만 임기의 마지막 날까지 정부는 제 할 일을 다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