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사망사건에서 비롯된 반미(反美) 기류가 심상치 않은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여중생 가해 미군에 대한 무죄평결을 계기로 불붙은 반미기류는 일부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수준을 지나 각계각층이 항의 시위에 동참하는 사회운동 형태로 변하고 있다. 이 같은 반미기류는 전통적인 대미 우호 정서를 바닥부터 흔드는 것으로, 이념과 정치적 견해 차이에 따라 사회 일부 세력이 주도하던 과거의 '반미'와는 크게 다른 양상이어서 한층 심각성을 지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여중생 사망사건의 핵심 쟁점인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문제를 넘어 한미관계를 근본부터 재검토해 새로운 우호 협력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는 당장 대선 정국의 민감한 쟁점이 됐을뿐 아니라 다음 정부의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3·4·5·27면
반미 항의시위는 6일에도 전국에서 계속됐다.
문화 예술인 100여명은 서울 광화문 미국 대사관 앞에서 삭발 시위와 함께 '여중생 압사사건 무죄평결에 대한 방송문화인 선언'을 발표하고 항의문을 전달했다. 실천불교승가회도 이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닷새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SOFA 개정 촉구 108배 행사를 가졌다.
이날 저녁 서울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7일째 촛불시위가 계속됐으며 네티즌 수 천명은 미국 백악관에 대한 3차 사이버 항의 공격을 감행했다. 주말인 7일에도 전국 도시 30곳에서 10만여명이 촛불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6월 월드컵 이후 최대 인파가 모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해외 각국동포와 유학생들도 동참, 유례없는 범세계적 촛불 시위가 전개된다.
미국 상품 불매운동도 급속히 번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7일을 '맥도날드 햄버거 안 먹기 날' 로 정했으며, 매주 특정 미국 상품을 선정해 불매운동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고려대 박길성(朴吉聲·사회학) 교수는 "이번 반미 운동은 19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의 시위와는 달리 자존심이 손상된 한국민의 정서가 폭발한 것"이라며 "SOFA개정 등 미국 정부의 근본적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없이는 사태를 진정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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