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회사가 조흥은행의 정부 지분 전량(80.04%)을 현금과 주식으로 절반씩, 서버러스 컨소시엄은 지분 51%를 전액 현금으로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협상력 저하를 이유로 공개되지 않은 가격 조건을 배제할 경우 신한측 조건이 다소 우세하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 하지만 가격 조건과 함께 신한측의 자금 조달 능력 서버러스측의 제일은행 정부 지분(49%) 추가 인수 조건 제시 여부 등의 변수가 남아 있어 섣불리 예단하기는 힘들다.재정경제부는 6일 조흥은행의 공정한 매각을 위해 최종 투자제안서를 제출한 신한금융지주회사와 서버러스컨소시엄 등 2곳의 주요 제안 내용을 공개했다.
■신한, "2년간 인력구조조정 안한다"
신한측은 당초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투자회사 워버그핀커스가 막판에 포기하면서 사실상 단독으로 조흥은행 인수에 나섰다. 신한 대주주인 BNP파리바는 지분(4%)을 유지하는 수준 정도만 참여키로 했다.
인수 후 2년간 조흥은행을 별개 자회사로 운영한 뒤 순차적으로 신한은행과 합병시킬 계획. 합병 전에는 강제적인 인력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단 정보기술(IT), 카드 부문 등의 기능별 통합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년 뒤에는 신한과 조흥측이 같은 수로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실적 기준의 공정한 통합 절차를 밟겠다고 명시했다. 풋백옵션(사후손실보전)은 요구하지 않았으며, 소송이나 우발채무에 대한 책임 소재만 사전에 명확히 할 것을 제안했다.
■서버러스, "합병 후 추가 투자 고려"
일본 신세이(新生)은행, 제일은행 등과 손을 잡은 서버러스 컨소시엄은 상대적으로 경영 계획을 간결하게 언급했다. 경영권 인수 후 제일은행과 우호적인 합병(friendly merger)을 하겠다는 것이 골자. 합병 후에는 통합은행의 자본력 확충을 위한 추가 투자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손실 보장과 관련, 추가 부실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포괄적인 제안을 했다. 합병 시기, 인력구조조정 여부 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어느쪽이 유리한가
경영 능력을 토대로 구체적인 향후 플랜을 제시한 점 추가 손실 보전에 대해 무리한 요구가 없다는 점 등 신한측 조건이 다소 우세하다는데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최대 관건인 가격도 양측이 주당 6,000원 안팎의 비슷한 수준에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향후 쌍용 부실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추가 부실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서버러스측 요구는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다.
하지만 서버러스가 언급한 '추가 투자'가 정부 보유 제일은행 지분(51%) 인수를 의미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제일은행 지분까지 동시에 처분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이라고 말했다.
워버그핀커스가 컨소시엄에서 빠지면서 신한측이 과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있는지도 관건이다. 정부 보유 주식 5억4,000여만주의 절반을 현금으로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어림잡아 1조6,000억원 가량. 신한측은 우선주를 발행해 증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버겁지 않겠느냐고 우려한다. 어차피 매각이 대선 이후로 넘어간 상황에서 선거 후 정국 변화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 재경부 변양호 국장
재정경제부 변양호(邊陽浩·사진) 금융정책국장은 신한금융지주회사, 서버러스 컨소시엄의 조흥은행 인수 제안서 주요 내용을 공개한 뒤 "가격과 함께 향후 경영 계획과 자금조달 능력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양측의 가격 조건이 비슷하다면.
"가격이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다음으로 경영 계획이 얼마나 확실한가, 자금 조달 능력은 충분한가 등을 고려할 것이다."
-가격이 맞지 않으면 팔지 않겠다고 했는데 기대치는 넘은 것인가.
"가격 조건은 협상력이 저하될 수 있는 만큼 어떤 것도 말할 수 없다."
-조흥 노조가 계속 반대하고 있는데.
"양측 제언 내용을 보면 노조 우려가 많이 해소됐다고 본다. 서울은행 매각 때도 조흥은행이 입찰에 참여했고, 위성복 이사회 회장도 자서전에서 언급했듯 신한과 합병을 추진한 적도 있다. 조흥도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닌가. 조흥 입장에서도 어느 쪽이든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가 될 것이다."
-풋백옵션(사후손실보장)을 요구한 곳은 있었나.
"명시적으로 요구한 곳은 없다. 단 서버러스는 추가 부실을 정부측에서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표현이 있었고, 신한측은 통상적인 인뎀니피케이션(소송, 우발채무 등에 따른 손실 부담 주체 확정)을 요구했다."
-서버러스측은 인수 후 추가투자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제일은행의 정부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것인가.
"그것은 말 할 수 없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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