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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 개척정신 불어넣고파" / 세계 7대륙 최고봉 정복한 산악인 박영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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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 개척정신 불어넣고파" / 세계 7대륙 최고봉 정복한 산악인 박영석씨

입력
2002.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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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고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그 뿐이다."지난달 24일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해발 4,897m) 정상을 밟아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모두 등정한 박영석(39·골드윈코리아 이사)씨는 산에 오르는 이유를 짧게 설명했다. 1953년 에베레스트(8,848m)를 처음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산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연상시키면서도 뭔가 다른 철학을 느끼게 했다. 히말라야 14좌 완등, 세계 7대륙 최고봉과 에베레스트 등정, 남·북극점 탐험을 하는 '산악 그랜드슬램'에 남·북극점만 남겨 놓은 박씨를 5일 만나 산악인·탐험가로서의 인생을 들어봤다.

■험한 산은 나의 운명

올들어 남미 오세아니아 유럽 등 세 대륙 최고봉을 등정한 박씨는 도대체 그 험한 산에 왜 오르느냐는 질문에 "편안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오산고 2년 때인 1980년 서울시청 앞에서 동국대 산악회의 마나슬루 원정대 환영식을 보면서 '아! 내가 가야 할 길이 바로 저기' 라는 느낌이 다가왔다. 그는 이후 산악회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를 하면서 동국대에 입학했고 20년 가까이 외길을 걷고 있다.

박씨는 "8,000m에 오르면 산소가 부족해 숨을 3번 고르고 나서야 한걸음을 뗄 수 있다"면서 아무나 갈 수 있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고 했다. 대자연속에서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는 그는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목표를 두었을 뿐 산악 그랜드 슬램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14좌 완등 이후 뭔가 허전했고 그래서 다시 시작했다. 박씨는 우리나라에선 산악인이 아직 호기심의 대상인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유럽에선 '서(Sir)'라는 존칭이 항상 따라다니고 뉴질랜드 5달러 지폐엔 힐러리경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것과 대조된다. 하지만 '죽을 고생을 하면서 저런걸 왜 하나' 식의 눈길은 사라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은 존재하며 나를 지켜준다

박씨는 "히말라야의 품에 들어가면 절로 숙연해진다"며 "신앙은 없지만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히말라야엔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며 "세계적 알피니스트들도 히말라야에 가면 다 함께 티베트 종교의식인 라마제를 지낸다"고 했다. 정상도전도 필(Feel)이 꽂혀야만 나선다며 "날씨가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동물적인 감각에 의지한 채 한발 한발 발걸음을 옮긴다"고 등반 과정을 설명했다.

지금까지 7명의 악우(岳友)를 잃은 박씨는 99년 8,586m의 캉첸중가(에베레스트, K2에 이어 세계 3위봉) 등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등정 후 탈진상태로 겨우 한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얼음벽에서 피켈에 의지한 채 잠을 쫓았다. 죽음의 공포속에 동트는 아침을 보았을 때의 느낌은 잊을 수가 없다. 8,000m급에서 얼음벽에 매달려 있으려면 동상으로 손가락 한두개는 절단할 각오를 해야 한다."

95년 에베레스트 주능선인 북동능을 오를 땐 눈사태를 만나 70여m나 추락했다. 셀파는 죽고 나는 갈비뼈 2개가 부러졌다. 줄 하나에 목숨을 의지한 채 30분간 엉엉 울었다는 그는 "죽을 고비를 넘길 때마다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고 말했다.

■끝없는 도전

LG화재 구자원 회장과 영원무역 성기학 사장 등이 후원하고 있다는 박씨는 "CF 스타에 몇 억씩 투자하면서 등반 스폰서에 인색한 게 우리 기업문화"라고 꼬집었다. 그만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에베레스트는 입산료만 7만달러(약 8,600만원)고 8,000m봉우리에 오르려면 6,000만원 정도 든다. 남극은 6억원, 북극은 4억원이 넘는다. 이중 80%가 항공료다.

그렇다고 갈 길을 포기할 순 없다. 내년 2월 북극점에 이어 11월초에는 남극점을 향해 달려갈 예정이다. 에베레스트·로체·안나푸르나 '3대낭벽' 신루트도 개척할 작정이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어린이들에게 개척정신을 불어 넣어주고 싶다는 그는 "초등학교 강연은 빠짐없이 나간다"고 했다. 탐험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린이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글=최형철기자 hcchoi@hk.co.kr 사진=조영호기자 photo@hk.co.kr

프로필

생년월일: 1963년 11월 2일 경기 오산생

출신교 :오산고-동국대

신체조건:

키 174cm 몸무게 65kg

주요 경력:

1993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2001년 히말라야 8,000m 14봉 완등

2002년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

2002년 체육훈장 청룡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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