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반정부 쿠데타로 일시 축출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궁에 복귀한 우고 차베스(48·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다.노조와 기업인들은 그의 중도 사퇴와 조기 대통령선거를 요구하면서 2일부터 총파업을 시작했다. 총파업은 나흘째인 5일 군이 시위 진압에 개입하면서 최악의 국면을 맞았다.
해군은 차베스의 명령에 따라 서부 항구도시 마라카이보에서 반(反)차베스 시위대가 장악해 농성 중이던 28만 톤급 유조선 필린 레온호에 진입, 시위대를 강제해산시켰다. 특히 이날부터 원유 수출이 중단됨으로써 세계 5대 산유국으로 석유 산업 비중이 절대적인 베네수엘라 경제는 사실상 마비상태를 보이고 있다. 군 개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차베스의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노동자연맹(CTV)과 상공인연합회(페데카마라스)는 11월 말 차베스에 대한 신임투표 실시를 결정한 국가선거위원회의 결정을 대법원이 기각하자 정권 퇴진 운동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차베스는 내년 8월 이전에는 신임 투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친·반(親·反)차베스 세력간 충돌로 수십 명이 사망한 4월 11일의 유혈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수도 카라카스 동부에서는 차베스 지지파와 반대파가 각각 대규모 시위를 계획 중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4번째인 반차베스 총파업과 관련, 미국은 차베스 정권에 조기대선 일정 공표를 촉구하는 등 시위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1998년과 2000년 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하고 4월 극적으로 권좌에 복귀하면서 강인한 생명력을 과시했던 차베스이지만 사분오열된 국론을 재결집하기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차베스는 재선 후 지지세력인 서민층을 위해 사회주의적 개혁법안을 잇따라 도입하고 노동자연맹마저 어용노조로 대체하려다 노동계와 산업계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여기에 일부 군부, 종교계마저 차베스의 정실인사에 항의, 지지를 철회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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