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재 한국 대사관이 현대미술의 실험적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학장 조정현)은 영국 런던의 주영한국대사관(대사 라종일)에서 9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The State of the House' 전을 연다. 갤러리나 미술관을 벗어나 독립된 외교 자치구역인 대사관으로까지 미술의 향유 공간을 확대하려는 초유의 실험이다.이 대학 출신 작가와 재학생 23명은 런던 켄싱턴에 위치한 근엄한 빅토리아 풍 저택인 대사관저를 회화, 조각, 설치, 비디오, 섬유공예, 도자공예,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품으로 꾸며, 발랄한 감수성과 상상력의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영국의 왕립예술학교도 여성 작가와 학생 10명의 작품을 내서 양국 여성간 교류를 모색한다. 총 출품작은 33점. 연말 공식행사나 파티 등에 참석하는 인사들은 대사관저라는 정치외교적인 상징성, 인테리어와 실내 소품들까지 현장작업으로 일신시킨 양국 젊은이들의 작품으로 상이한 두 나라 문화의 만남과 교류를 생각케 된다. 라종일 대사는 "외교적·공식적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자, 영국과 한국의 미학적 가치들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이 전시를 시작으로 앞으로 매년 하나씩 해외 주재 공관을 전시공간으로 전환하는 'Ewha Goes Overseas: 이화는 세계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산술적으로 130여 년이 걸리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전시를 기획한 조덕현(45) 교수는 "2003년에는 한국인 입양아 2만 명이 있는 노르웨이에서의 전시를 계획중"이라며 "서로다른 문화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장에서 국가간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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