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바닐라 향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왠지 사랑하는 사람이 옆 자리에 다가와 앉을 것만 같은 달콤한 향기이다. 그 향기속에는 엄마의 품속에서 맡았던 젖 냄새와도 흡사한 유년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달콤하고 은은한 바닐라향은 아이스크림과 푸딩, 커스터드를 만들 때 빼놓을 수 없는 향료이다.바닐라는 난과에 속하는 키가 큰 덩쿨 식물로 꽃이 지고 난 후 마치 바나나처럼 한 꼭지에 10∼15㎝ 길이의 씨방이 여러 개 달린다. 거의 익었을 때 따서 햇볕에 말리고 삶기를 반복하면 씨방에서 수분이 빠져 거뭇 거뭇하고 바늘로 점을 찍어 놓은 듯한 까만 씨들이 향기를 풍기기 시작한다. 너무나 작은 씨들은 향기뿐 아니라 이빨 사이로 씹히는 촉감과 맛이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색 다르다.
바닐라의 원산지는 아즈텍문명을 탄생시킨 지금의 멕시코이다. 코코아에 꿀과 바닐라를 넣어 만든 음료는 왕만이 마실 수 있었다. 하지만 1520년 스페인의 중남미 정복으로 바닐라는 유럽으로 건너가 급속도로 퍼져갔고 그것으로 인한 쟁탈전은 계속됐다. 우리는 바닐라 액과 파우더를 시중에서 흔히 대하지만 이것은 향만을 뽑은 인공 감미료이다. 액과 파우더보다는 까만 한줄기 바닐라를 병에 넣어 파는 것을 사 쓰는 것이 좋지만 좀 비싼 편이다. 이것을 사용할 때에는 줄기를 반으로 갈라 씨를 살짝 긁어 액에 담궈 줄기의 향을 우려내 쓴다. 한번 사용한 것도 물기를 제거한 후 설탕에 넣어 뚜껑을 닫아두면 바날라향의 설탕이 만들어진다. 액과 파우더도 역시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이렇듯 오묘한 향과 맛이 나는 바닐라는 오랫동안 케익과 과자의 재료로 사용돼 왔지만 오늘날에는 메인 디쉬에서도 그 향을 찾아 볼 수 있다. 요즘엔 바닐라 향을 섞어 만든 커피 크림이나 커피 자체에 바닐라 향을 넣어서 바닐라 커피를 만들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애플파이에 종종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어 먹는데 이는 달콤한 사과 파이의 향과 계피향 버터가 어우러져 맛이 하나로 느껴지기때문이다. 바닐라 향을 넣고 만든 파이 반죽에 잘게 썬 사과를 약간의 설탕, 계피, 버터와 잘 섞어 수북히 얹은 후 그대로 굽거나 다시 한번 반죽을 얹고 윗부분에 공기구멍을 낸 후 오븐에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요리이외에 또 다른 바닐라의 용도는 향수이다. 의외로 생각 될지도 모르지만 바닐라 향수는 예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유혹하는 도구로 많은 여자들이 이용했다. 남성들은 어릴 적 기억속에 어렴풋하게 담아둔 엄마냄새를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찾아내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본능 속에 가장 비슷하게 각인된 것이 바닐라향인지 모르겠다.
/푸드스타일리스트 http://www.ofood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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