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창무극 '동물춤'의 대가인 공옥진(71)씨가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무대에 선다. 고희를 넘긴 공씨는 21일 경남 거창군과 거창민예총이 국악교실 개설을 기념해 개최한 송년무대에서 공연한다.전남 영광이 고향인 공씨는 1933년 판소리 명창 공대일 선생의 4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창을 배웠다. 10세를 전후해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무용가 최승희씨 집에서 잔심부름을 했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는 경찰관의 아내라는 이유로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한 때 속세와 인연을 끊고 절에 들어갔다 환속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춤과 소리로 풀어왔다.
공씨는 78년 서울 공간사랑 개관공연에서 선보인 1인 창무극으로 주목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이 장르를 개척했다. 또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링컨센터에서 단독 공연을 갖기도 했고, 일본 영국 등지의 해외공연에서 가장 서민적인 한국예술을 선보인 것으로 평가 받았다.
9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1년여의 투병 끝에 재기할 수 있었지만 2000년 금강산 관광객들을 위한 선상공연 직후 과로로 다시 쓰러졌다. 마땅한 후계자도 없고 자신의 춤이 문화재로 인정 받지도 못하는 현실을 감내하면서 현재 영광읍 교촌리 자택에서 공연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공씨는 "모든 공연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다 해왔다"며 "이번에도 같은 심정으로 공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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