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9단' 허 재(37·원주TG)와 '저승사자' 정재근(33·전주KCC)의 노장투혼이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둘은 선수나이로 환갑인 30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며 아름다운 황혼을 보내고 있다.수퍼루키 김주성의 입단으로 우승후보로 부상한 원주TG의 허 재는 좋아하는 술까지 자제하고 체력관리를 하고 있다. 그래도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 출장시간을 경기당 25분 정도로 조절하며 후배 김주성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 1쿼터는 출장하지 않고 용병이 1명만 출전, 김주성(205㎝)의 높이를 활용할 수 있는 2쿼터부터 나와 TG의 공격라인을 이끈다. 그러나 아직도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혼자서 해결하려는 과욕을 부리기도 하지만 고비마다 호쾌한 3점슛과 과감한 드라이브인으로 상대의 허를 찌른다. 4일 서울SK와의 경기서도 12점을 잡아냈다. 특히 77―74로 쫓기던 종료 2분2초 전에는 상대의 추격에 쐐기를 박는 3점포를 터뜨려 TG를 공동선두로 견인하기도 했다. 허 재는 경기당 9.6점 5어시스트를 기록중이며 팀내 최고인 2억5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시즌 초반 하위권(5승13패·9위)을 맴돌고 있는 KCC 정재근의 활약은 국내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꼽히는 전희철을 바짝 긴장시켰다. 정재근은 전희철이 허리 부상으로 결장하고 있을 때 주전으로 나서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기대이상의 활약으로 명가의 자존심을 지키는 고목역할을 해냈다.
정재근은 전희철의 공백을 메우며 평균 20점 이상을 잡아내는 활약을 펼쳐 '전희철 무용론'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지난달 28일 창원LG전에서는 팀내 최고득점인 29점(3점슛 4개)을 올려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정재근은 경기당 8.7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재근의 꿈은 주전이 아니다. 팀내 최고참인데다 이상민―추승균―전희철로 이어지는 국내 최고 트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KCC내에서 식스맨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목표다. 자신이 식스맨에 충실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그때가 바로 KCC가 시즌 초반의 극심한 부진을 떨치고 본격적으로 재기에 나서는 때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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