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궤도차량 사망사건으로 미군들이 무죄 평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종교계에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에 앞장서는 등 비판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국사건과 관련해 종교계가 한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것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이다.천주교에서는 주교회의가 5일 SOFA 개정을 촉구하는 공식 문건을 미국 주교회의에 전달했으며 마산교구 교구장인 안명옥 주교가 2일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두 여중생 추모 시국기도회 주례를 맡는 등 교단 차원에서 대처하고 있다. 주교가 개인을 추모하는 시국기도회 주례를 맡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문규현 신부)도 2일부터 9일까지 미 대사관 옆 광화문 열린 시민마당에서 '살인미군 회개 촉구를 위한 생명평화 단식기도회'를 열며 시위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진보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전병금 목사)가 미군 무죄판결 직전인 11월 19일 경기 의정부 동부역광장에서 '민족의 자주권 확보와 SOFA 개정을 위한 기도회'를 총회 주관으로 여는 등 사실상 종교계의 여론을 이끌어가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총무 백도웅 목사)는 세계교회협의회, 아시아기독교협의회, 미국기독교협의회와 연계해 SOFA 개정의 당위성을 알릴 예정이다. KNCC는 이미 2일 권위있는 '올해의 인권상'으로 '미군 장갑차 여중생 고(故)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를 선정했으며 도심에서 긴급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김진호 목사)도 이번 사태에 대한 교계의 활동이 세계교회가 벌이고 있는 '폭력극복 10년 운동'에 포함된다고 보고 미국 연합감리교회, 세계 감리교협의회와 연대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개신교 양대 교단 중 하나인 예장통합(총회장 최병곤 목사) 인권위원회는 4일 미군범죄를 강력히 규탄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는 예장통합, 기장, 기감 청년회와 함께 4일부터 미대사관 앞에서 '기독 청년 1인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침묵시위는 매일 2시간씩 한달 동안 이어진다.
불교계에서는 4일 조계종 본산인 조계사(주지 지홍 스님)에서 두 여중생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법회를 열면서 SOFA 개정운동에 뒤늦게 참여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참여불교재가연대, 불교인권위원회 등 10개 불교단체가 참여한 '미군범죄 근절과 SOFA 개정을 위한 불교대책위원회'는 5일부터 11일까지 조계사와 광화문 열린 시민마당에서 108배 정진 대회를 열 예정이다.
원불교 사회새벽교무단(단장 이정택 교무)도 1일 종로교당에서 두 여중생에 대한 천도법회를 열고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시국성명서를 발표했다. 4일 성명서를 발표한 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회장 최창규 성균관장)도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세계종교인평화회의와 연계해 미국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다.
KNCC 인권사회국장인 황필규 목사는 "1970, 80년대 종교인들이 사회정의를 위해 앞장섰던 것처럼 아무 죄 없이 희생된 여중생 두 명을 위해 성직자들이 기도하고 행동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종교 단체들도 14일 광화문에서 열릴 대규모 시위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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