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과거 독재자 네 윈(사진)이 연금 중인 수도 양곤의 자택에서 5일 사망했다. 92세다. 지난해 9월부터 심장마비 증세를 보였던 그는 그동안 맥박 조정기를 달고 투병해 왔으나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네 윈은 악명 높은 독재자이기 이전에는 존경받는 독립 투사였다. '미얀마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웅산 장군(현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의 아버지)과 함께 '30 동지' 그룹의 일원으로 영국군에 대항해 싸웠으며 독립 직전인 47년 아웅산 장군이 암살되자 그의 뒤를 이어 국가 재건에 앞장섰다.
62년 무혈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그는 88년 집권 사회주의계획당 의장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자원 부국 미얀마를 극빈국으로 추락시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62년 당시 한 해 200만 톤의 쌀을 수출하던 신흥 수출국 미얀마는 87년 유엔으로부터 전세계 최빈국으로 지정됐다. 바람기와 기행으로 유명했던 그는 자신이 행운의 숫자로 믿는 9로 나눠진다는 이유로 45와 90 크야트(kyat·미얀마의 화폐단위)짜리 지폐를 만들기도 했다.
정계 은퇴 후에도 10여 년 동안 막후에서 군사정권의 정책을 좌우했던 그는 몇 해 전부터 권위가 실추되기 시작, 급기야 올 3월 쿠데타 기도 혐의로 현 집권 군사정부에 의해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그의 딸 산다 윈 부부와 외손자 등 일가 5명은 사형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 중이다. 네 윈의 사망은 민주화를 바라는 많은 미얀마인들에게 기쁜 소식이지만 전문가들은 "제2, 제3의 네 윈이 즐비한 현 군사정권 치하에서 그의 죽음은 그다지 큰 변화를 가져올 것 같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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