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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이지스함 인도양 파견결정 논란 "PKO넘어선 美·日 공동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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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이지스함 인도양 파견결정 논란 "PKO넘어선 美·日 공동작전"

입력
2002.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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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미국 주도의 대 테러전을 지원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인근 인도양에 최신예 구축함인 이지스함을 이달 중 파견키로 최종 결정, 일본 국내외에서 논란이 예상된다.■이지스함 파견의 의미

이지스함 파견은 지금까지 가능한 한 제한적으로 허용하던 자위대의 해외활동을 자위대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방향으로 바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영국군이 탈레반 소탕작전을 전개하고 있는 전투 해역에 고도의 방공·정보수집 능력을 갖춘 이지스함을 파견하는 것은 과거 유엔평화유지군(PKO)의 일원으로 비전투 지역에 의료·수송·공병 부대를 파견했던 자위대 해외활동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자위대의 해외활동이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사실상 미군과 일체화해 이루어진다는 점이 선명해졌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일본 정부가 4일 밤 이지스함 파견 결정을 공식 발표하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지도력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예"라며 "일본은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책임있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라크 공격에 대비해 인도양의 전력을 페르시아만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미국은 지난 여름부터 일본측에 이지스함을 파견해 인도양의 공백을 메워줄 것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9·11 테러 직후 일본 정부는 대 테러전 지원특별법을 만들어 인도양에 연료보급함 2척과 호위구축함 3척을 파견할 때도 이지스함 파견을 검토했으나 야당 등 국내의 반발로 일단 연기한 상태에서 결단의 시기를 모색해 왔다.

■일본 정부의 계산

지난번 걸프전에서 1조 5,000억 엔의 전비를 부담하고도 전투력을 지원하지 않아 미국 등 다국적군 국가들로부터 '무혈승차' 했다는 비난을 받았던 일본 정부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에 대비한 '공헌 방안'을 놓고 고심해 왔다. 최대 원유수입국인 일본으로서는 산유국인 아랍권의 정서 때문에 적극적인 지지 성명을 내놓기도 쉽지 않고, 아프간을 대상으로 한정한 대 테러전 지원특별법을 이라크전에 확대 적용하기도 어렵다.

여기서 미군이 페르시아만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이지스함을 인도양에 파견해 간접 지원하는 방안이 다시 묘수풀이로 떠올랐다. 방위청과 해상자위대 내부에서도 기왕에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함을 운용하는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파견 적극론이 대세를 이루었다. 지난달 28일 총리 자문기구인 '대외관계 태스크포스'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 시 유조선 등 일본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해 해상자위대 함정 파견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나섰다.

마침 제1야당 민주당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가 자유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다가 당내 반발로 대표직을 사임하는 등 지리멸렬한 상태고, 이지스함 파견에 반대하던 연립여당 내 공명당이 묵인으로 돌아서 고이즈미 총리에게 밀어붙일 기회가 왔다. 일본 정부는 이미 활동 중인 자위대 호위함과 교대 형식으로 이지스함을 파견하는 것으로 미·영 함정에 연료를 공급하는 자위대 보급함을 호위하는 임무에 변함이 없다는 논리를 개발해냈다.

■집단적 자위권 저촉 논란

야당과 일부 언론은 이지스함 파견이 일본 정부의 헌법 해석상 금지돼 있는 집단적 자위권에 저촉된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동맹국이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응전할 수 있는 국제법상의 권리다. 일본 정부는 1981년 전쟁 및 무력 행사의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의 해석상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본 이지스함이 레이더 등으로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는 미군이 공격 행위를 할 경우 이는 사실상 미군의 공격에 참여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에 해당한다는 것이 파견 반대의 논리다.

일본 야당들은 "자위대 파견은 유엔의 평화활동을 위해서만 가능하다"면서 "미국 단독의 전쟁에 파견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5일 사설에서 "자위대 활동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지에 국민의 불안이 크다"며 "이지스함 파견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 이지스함이란

이지스함은 세계 최강 최신예 구축함이다. 비행기와 미사일 등 200개 이상의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고 24개 목표물을 동시에 격파할 수 있다. 첨단 레이더 장비로 무장해 반경 500 ㎞ 내의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대함·대잠함 작전은 물론 탄도탄 방어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주신 제우스의 방패 이지스(Aegis)에서 이름을 따 왔다. 일반적으로 미국이 개발한 '이지스 전투 시스템'을 탑재한 함정을 말한다.

이지스함의 핵심은 탑재한 위상배열 레이더(SPY-1)와 사격통제·지휘 시스템이다. SPY-1 계열 레이더는 일반 회전식 레이더와는 달리 함교 사방에 고정된 다수의 전파발사기로 구성된다. 일반 레이더는 회전을 해 탐지가 불가능한 사각이 생기지만 이 레이더는 사각이 없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미사일도 포착할 수 있다.

1970년대 말 구 소련의 대함 미사일 공격 작전에 대응해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했다.

이지스함은 초기의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과 90년대 취역한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으로 나뉜다. 미국은 지금까지 만재 배수톤수 9,000톤 내외 이지스함 을 60여 척 취역시켰다.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전장 155m, 폭 20.4 m에 승조원이 약 380명이며 최고 속도 30노트(시속 55㎞) 이상으로 항해할 수 있다. 무장은 대공 스탠더드 미사일과 대함 하푼 미사일, 대잠 어뢰 등이 주축을 이룬다.

이지스함을 가진 나라는 미국, 일본, 스페인 3개국밖에 없다. 일본은 현재의 이지스 호위 구축함 4척을 8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 해군도 이지스 시스템 탑재 KDX-3 구축함 1번함을 2008년 진수시킬 계획이다. 스페인은 1척을 갖고 있다. 이지스함의 척당 가격은 장비 옵션에 따라 크게 다르나 한국의 KDX-3 구축함 3척 건조에는 2조 원 이상이 들어갈 전망이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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