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한다. 그리고 기쁨도 나눌수록 커진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커진 사랑과 기쁨은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나눌수록 작아진다'는 산술(算術)법칙과는 반대로, '나눌수록 커지는 것들이 있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도 잘 알고 있는 삶의 진리다. 그래서 여러 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나눔의 운동'은 사회 구석구석을 밝게 하고 절망 대신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권력도 마찬가지다. 권력도 나눌수록 커지는 것 가운데 하나다. 한 사람의 손에 움켜쥘수록 그 손 안에 든 권력은 커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기 혼자서 모든 권력을 독점하면 일시적으로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독점된 권력이 종이 한 장의 무게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권력은 여러 사람의 손에 나뉘어져 있을 때, 그 권력을 모두 합하면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권력보다 월등히 크고 또 그 수명도 훨씬 길다.
이제 선거일을 불과 13일 앞두고 한 표가 아쉬워 동분서주하고 있는 대선 후보들에게 이런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겠지만, 그래도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만큼은 꼭 들려주고 싶다. 어느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 말을 기억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는 또다시 '실패한 대통령'이 되고 말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취임한지 1년 남짓 뒤에 있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나면 레임덕을 맞을 수 있다. 실패한 전임 대통령들보다도 훨씬 더 긴 암흑기를 보내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평생을 민주화운동으로 보냈던 김영삼·김대중 두 대통령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실패했는지를 살펴보면 해답은 분명해진다. 3당 합당으로 거대해진 민자당의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씨에게 '권력을 나누어준다'는 발상은 떠오를 수 없었다. 선거에서도 압도적으로 이겼고 강력한 라이벌인 김대중씨는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갔다. 자신이 총재로 있는 여당도 다수당의 위치에 있으니 국회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주요 권력기관도 부산·경남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그에게로 종속되었고 충성을 다했다. 그랬던 김영삼씨도 결국에는 자신이 만든 신한국당을 떠나지 않으면 안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는 더욱 안타깝다. 소수당 출신으로 김종필씨와의 연합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어쩔 수 없이 권력을 나눌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었다. 야당이 다수당으로 있기에 '국회가 반대하면 대통령이 아무리 하고싶은 일이 있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수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종필씨의 총리 인준이 문제가 되자 그는 억압적 수단을 동원해 여당을 억지로 다수당으로 만들었다. 그가 그토록 싫어했던 과거의 독재자처럼 야당을 대화의 상대로 취급하지 않았고 국회를 무시했다. '권력을 나눌 수 없다'는 고집은 자신이 민주당을 떠난 뒤에도 계속돼 두 차례의 총리서리 지명에 대해 국회와 일언반구 상의하지 않는 것으로 이어졌다.
현상황으로 보건대, 이회창 후보가 집권하면 거대정당인 한나라당을 지배함으로써 국회를 장악하려는 유혹이 생겨날 수 있다. 노무현 후보가 이긴다면 소수당으로서는 국정운영이 힘들다는 이유로 정계개편을 시도해야겠다는 유혹이 생길 수 있다. 그렇게 해야만 대통령의 영(令)이 선다고 주위에서 권유할 게 틀림없다. 또 "그래도 우리 사람을 써야죠"라며 자신과 연(緣)이 있는 인사들을 심어 권력기관을 장악해야 한다는 속삭임도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 모두를 '악마의 유혹'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오직 한 가지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을 기도문처럼 되뇌며 국민과 국회와 언론을 설득하는 노력을 하다 보면, 그는 어느새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있을 것이다.
신 재 민 논설위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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