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하나가 몰고 온 바람이 강호를 초토화시켰다."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극단 완자무늬의 '의자는 잘못없다'(선욱현 작, 김태수 연출)는 이 뚱딴지 같은 문구를 홍보 전단에 박고 있다. 이게 무슨 소리? 겨우 의자 하나 때문에 무림 고수들이 격돌해 강호에 피바람이 불다니. 얼마나 대단한 의자이길래.
제목대로 '의자는 잘못 없다.' 평범한 의자일 뿐이다. 가구점에 놓여있다 한 남자의 눈에 띈 죄밖에 없다. 잘못은 이 의자에 얽힌 인간의 욕망과 집착에 있다. 그 의자에 반해 꼭 갖고 싶어하는 남자, 30만원이나 주고 사려거든 이혼하자는 그의 아내, 직접 만든 작품을 돈 받고 팔 수 없다는 가구점 딸, 적당한 값에 팔려는 가구점 주인이 티격태격한다. 일단 계약금 3만원에 의자를 가져오는 바람에 일은 더 꼬인다. 급기야 가구점 주인이 쳐들어온다.
극은 이 복잡한 상황에서 네 사람의 서로 다른 입장에 따른 네 갈래 해법과 그에 따른 결말을 나란히 보여준다. 예컨대 가구점 주인이 의자를 도로 가져가버리면? 가구점 딸이 자살한다. 돌아온 의자를 보고 '너도 나처럼 버림받았구나' 하는 생각에 절망한 나머지. 어떤 경우이든 집착을 버리지 않는 한 결말은 우울하다. 극은 소유에 대한 인간의 허상, 욕망의 어리석음을 풍자한다. 의자를 포기하고, 다만 그리워하기로 마음을 바꾸자 비로소 다툼은 사라진다. 관객은 자문하게 된다. 소유한다는 건 뭘까. 우린 정말로 그것을 가진 것일까.
이 작품은 유쾌하다. 의자를 둘러싼 좌충우돌 소동은 익살과 재치로 매끄럽게 표현된다. 네 사람이 엉뚱하게도 무림 고수가 되어 과장된 몸짓으로 대결하는 무협영화 같은 막간극은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감동도 있다. "사람들은 버림받은 이들에게 너도 세상을 버리라고 쉽게 말하지만, 정말 버림받은 사람들은 세상의 끝자락이라도 붙잡고 싶어한다"는 가구점 딸의 독백은 찡하다. 공연은 8일까지. (02)766―0773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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