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 라쿠텐단(樂天團) 극단의 초청을 받아 도쿄(東京)에서 열린 '도쿄국제예술제' 무대에 섰다. 평소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로 생각해왔기 때문에 일본 땅에 도착하기 전까지 궁금증과 착잡함이 교차했다. 그렇지만 일본 공연계 인사들과 부대끼면서 이 같은 선입견은 부러움으로 바뀌었다.필자는 이번 공연에 필요한 항공권과 체제비 일체를 극단측으로부터 지원 받았다. 적자에 시달리는 국내 극단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기에 필자는 경비를 어떻게 마련했는지 궁금했다. 극단측은 "해외 예술인을 초청할 때 들어가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일본 문부성이 보조해 준다"고 대답했다. 일본이 외국 문화를 흡수해 자국 문화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고, 일본 문화가 오늘날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된 현실이 이해가 됐다.
게다가 일본 극단은 규모가 국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번에 필자를 초청한 라쿠텐단 극단도 그렇지만 일본에는 세계 최대의 공연기업인 극단 '시키'(四季)가 있다. 시키는 사원 700명이 연 2,000여회 공연으로 200억엔의 매출을 올리는 철저한 자본주의 기업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런 거대 규모에도 불구하고 운영 방식은 지극히 일본적이라는 사실이다. 앙상블 위주이고 사원들이 경영에 참여하며 수익을 공정하게 나누고 있었다.
최근 국내에도 '예술경영' '공연산업'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 경영 방식을 따라야만 성공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 사례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한국의 연극계는 선후배간 끈끈한 연대 의식, 연극에 대한 치열한 열정 같은 소중한 자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자원을 바탕으로 브로드웨이식 혹은 일본식 경영의 장점을 조화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정부가 해외 작품의 국내 초청을 대폭 지원했으면 한다.
나 자 명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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