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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수박람회 유치실패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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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수박람회 유치실패의 교훈

입력
2002.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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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에서 20표라는 큰 차로 중국에 패한 것은 충격적이다. 1∼2표 차로 이길 것이라던 유치단의 표 분석과 올림픽·월드컵을 막판에 유치한 정부의 뒷심에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의 실망과 허탈감은 무척 크다. 이번 유치 실패는 우리 정부가 세계적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가 성공하지 못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하면 된다'의 정신으로 뛰던 한국식 유치경쟁이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아픈 경험이다. 물론 우리의 개최 후보지가 규모면에서 중국보다 떨어진다는 원초적인 약점이 있기는 했다. 국제사회에서 무명이나 다름 없는 인구 32만명의 여수가 인지도 높은 인구 1,700만명의 상하이와 맞서 싸우기는 버거웠던 것이 사실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르면서 지명도를 높여 온 서울을 개최지로 내세웠다면 승산이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패인은 유치경쟁에 임하는 자세였다. 중국과 우리의 접근 방법은 너무 달랐다. 중국은 장쩌민 주석과 주룽지 총리가 직접 나서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 정상과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정상외교를 폈다. 2008년 올림픽 개최에 이어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오는 세계박람회마저 유치해 도약하는 중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과시하겠다는 야심찬 플랜의 일환이었다.

중국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BIE총회 개막일 전날 베이징에 불러들여 정상회담을 갖고, 결선투표에서의 지지를 호소하는 치밀한 전략까지 구사했다. 회원국들에게 원조까지 제공하며 총력전을 펼친 중국에 비해 우리측의 유치 노력은 너무 안이했던 셈이다. 이번에 드러났듯 중국은 이제 단순한 교역 상대국이 아닌 무서운 경쟁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힘을 실감하고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함을 보여준 것이 박람회 유치 실패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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