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8월 2008년의 베이징(北京)올림픽 유치, 12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002년 11월 세계 1위 철강 수입국 부상, 12월 2010년 상하이(上海) 세계박람회 유치…..21세기 들어 중국 대륙에서 펼쳐지고 있는 눈부신 국가성장의 파노라마다. 하지만 담너머로 강대 국가의 출현을 지켜보는 이웃 나라의 심정이 그저 편할 리가 없어 보인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3일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세계의 공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변신을 지켜보면서 이웃 나라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다와 육지를 통해 중국과 접한 15개 이웃 나라의 뇌리에 중국은 역사적으로 위협과 갈등의 대상으로 각인돼 있다. 1949년 공산당 혁명 이후 중국은 한반도와 인도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데 이어 냉전시대 구 소련과 치열한 국경분쟁을 벌이고 지금도 대만에 미사일을 겨누고 있는 등 대부분 국가와 긴장을 조성한 전과가 있다.
두려움은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력에서 시작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980년 일본 경제의 20분의 1에 불과했던 중국 경제가 최근 일본 경제의 4분의 1 규모로 성장한 데 이어 향후 20년 내에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같은 경제력이 자연스레 군사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많은 분석가들은 중국이 20세기 중 최근 2세기를 제외한 18세기 동안 세계 최대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면서 패권을 향한 본능을 드러내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경제성장에 절대적인 우선순위가 있으며 강대국이 되기를 원치도 않는다며 고개를 젓고 있지만 이웃 나라의 공포심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중국을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중국에 대비해 핵폭탄이라도 개발해야 한다는 한 일본 정치인의 주장은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얼마만한 위협을 느끼고 있는지를 실감케 한다.
중국에게 일본은 이웃 나라 중 유일한 가해국가이다. 일본인들은 아직도 많은 중국인들이 지난 1930년대 중국 점령 시절 자신들이 저지른 잔혹행위에 대해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다고 믿고 있다.
보수적 외교정책 평론가인 오카자키 히사히코씨는 중국의 성장이 궁극적으로 대만 점령으로 이어져 원유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일본의 전략적 공급루트를 위협하게 되는 사태를 우려했다. 그는 또 중국의 해군력 강화가 남중국해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해 동남아를 사실상 동맹권으로 만들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때 세계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러시아도 중국이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유라시아의 종말’을 쓴 드미트리 트레닌은 중국을 13세기 칭기즈칸의 침략 이후 러시아가 대륙에서 만난 가장 강력한 지정학적 경쟁상대이며 러시아인들이 중국보다 더 두려워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인도에게 깊은 좌절감과 불안감을 안겨다주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대등한 관계였던 중국과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다 숙적인 파키스탄을 향한 중국의 군사적 지원은 인도에게 실재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일부 분석가들은 국내총생산(GDP)은 10배, 군사력에서는 6배 이상 차이가 나는 미국의 견제와 국제적 감시가 있는 한 중국이 나치 독일과 30년대 군국주의 일본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바실리 미케프 러시아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호전적이지 않으며 세계 경제에 건설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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