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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 종교의 자유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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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 종교의 자유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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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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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칭(54·여)은 구타와 전기고문을 받으면서도 결코 나약해지지 않았다.종교 모임 회원들의 이름을 대라는 위협 속에서도, 자신의 믿음을 부인하는 서약서에 서명을 거부했다.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으면서도 끄떡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가장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몸서리치고 있다. 몇 달 전 아들과 바로 옆방에서 고문을 받으며 서로의 비명을 들어야 했다. 공안이 비명을 이용해 교회를 배신하도록 자극했던 것이다. 그는 "공안이 일부러 내 아들의 비명 소리를 듣게 했다"며 "가슴이 찢어졌다"고 흐느꼈다.

마씨는 기독교인들이 공공연히 박해를 당하는 중국에서 당당하게 체험담을 밝힐 정도로 용기 있는 여성이다. 수 십 명의 교회 식구들은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고 일부 석방된 이들도 삼엄한 감시를 받고 있다. 베이징에서 남쪽으로 1,000㎞ 떨어진 이곳 종샹시에서 나는 몇몇 교인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감시가 소홀한 농가에 숨어들어야 했다.

중국은 여러 면에서 이전보다 한층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넘쳐나는 휴대폰과 눈부신 도시 풍경의 이면에는 낡은 경찰국가가 버티고 있다.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공안은 사람들을 거리낌 없이 잡아 가두고 고문하고 죽여버리기까지 한다. 단지 기독교 예배를 본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국제 무역규범을 지키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기본적 자유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준수하라고 촉구해야 한다.

중국 공산당이 최근 발행한 '중국 신 지도부'란 책은 중국 경찰의 횡포를 가늠케 한다.

1998∼2001년에 6만 명의 중국인이 사형을 당하거나 도주 중 경찰에 살해됐다. 한 해 1만5,000명에 이르는 사형 집행 건수는 전세계 총 사형 집행건수의 97%에 달한다. 수많은 기독교인과 파룬궁 수련자들이 경찰 구금 중에 사망한다.

현재 중국 일부 지역에서 기독교 예배는 완전 자유다. 하지만 이곳 종샹시와 같은 지역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 남부 교회' 등 독립적인 교회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다.

마씨는 2001년 5월 집에서 잠자던 중 들이닥친 공안에 의해 일가족이 체포됐다고 말했다. 당시 공안은 5살 난 손자만 혼자 내버려 두었다. 우연히 들렀던 27세 여성과 유종주란 기독교인도 역시 체포됐다.

동료에 따르면 유씨는 그 후 공안의 구타로 사망했다. 교인들의 증언과 교도소 관련 문서를 종합해 보면 당시 교인 수 십 명이 체포돼 곤봉으로 때리고 담뱃불로 지지는 고문을 당했다. 공안은 교인들이 기절할 때마다 물을 퍼붓고 남자는 손가락을 짓밟는가 하면 여자는 옷을 벗기고 추행했다.

정부 당국은 당초 5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당국은 극도로 몸이 쇠약해진 마씨가 감옥에서 사망할 것을 우려해 석방했지만 아들 롱펭은 노동수용소로 보내져 그 곳 죄수들에게 구타당하고 있다.

20세기 초반 수많은 선교사들이 자유롭게 전도할 당시에는 별 볼 일 없던 중국 기독교가 역설적으로 해외 선교사의 포교가 금지되고 지하교회가 박해받는 지금 오히려 번창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그 동안 중국 내 종교의 자유를 강조해 왔고 일부 진전도 있었다. 지난달 중국 법원은 사형을 선고받은 중국 남부 교회 지도자의 형량을 장기형으로 감형했다. 곳곳에서 역사적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면서 중국 국민들은 이제 예전처럼 정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다른 교인들과 마찬가지로 마씨에게도 "칼럼에 이름을 써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내 이름을 써 달라"며 "경찰은 외국의 압력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답했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NYT 신디케이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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