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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VS 盧](7) 정책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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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VS 盧](7) 정책 마인드

입력
2002.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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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정책은 표를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다. 표 때문에 공약이나 정책이 갑자기 바뀌거나 변질되기도 한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라고 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의 정치인과 비교할 때 그는 정책을 표와 연결하는 데 무심한 편이다. 실현 가능성이 없어 공약(空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원칙과 맞지 않으면 간단히 버린다.최근의 대표적 사례가 조흥은행 매각 건이다. 노조측이 원하는 대로 독자생존 방침을 지지해 주면 노동계의 표를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만했다. 당내 노동계 출신 의원과 선거기획단에 참여한 의원들이 여러 차례 "노조측이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을 써서 적당히 넘어 갈 수 있다"고 건의했지만 이 후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후보는 아주 사소한 것을 빼고는 정책 마련에 관여한다. 당내 정책관계자들과 토론도 잦다. 기본 지식을 갖고 있다는 뜻인데, 특정 분야에서는 이 후보에게 무안을 당하는 당직자들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총재 시절 북악포럼, 희망포럼 등 외부 전문가 그룹과 함께 꾸준히 공부를 해 온 덕분이다.

이 후보는 사안에 따라 보수, 개혁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 종종 양쪽의 공격을 받는다. 그러나 "왔다 갔다 한다"는 당 밖의 비판에는 "스펙트럼이 넓어 양쪽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다"고 맞받아 쳐 왔다.

관심이 큰 재벌 정책의 경우 그는 중도·개혁으로 기울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친(親) 재벌정책을 건의하는 당내 보수성향 경제통과 정면으로 충돌했고 김만제(金滿堤)의원이 정책위 의장에서 물러난 것도 그런 영향이 적지 않았다. 여성 정책도 비슷한 예다. 6·13 지방선거 당시 여성 구청장 후보를 공천할 때 당무회의에서는 당선 가능성, 지역 주민의 거부감 등에 근거한 반대 의견이 잇따랐다. 이 후보는 안건 처리를 일시 중단했다가 다른 안건을 다 처리한 뒤 다시 이 문제를 의제에 올려 직접 당무위원을 설득해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반면 이 후보의 대북 정책은 보수적이다. 개혁 성향의 소장파 의원들이 "수구 냉전세력으로 몰릴 수 있으니 더 유연해 져야 한다"고 조언했으나 전략적 상호주의, 검증 등의 원칙을 버리지 않았다. 이는 보수 세력을 의식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신념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정책 가운데 대표적으로 표를 의식한 결과로서 여겨지는 것은 서민 정책이다. 무주택 20·30대에게 국민주택규모 아파트 우선 청약권을 주는 등의 공약은 이 후보가 직접 정책개발팀에 지시해 찾아낸 방법이다. 최근 사병 급여를 대폭 올리는 등의 공약도 "부재자 투표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 발표하라"는 이 후보의 특별지시가 출발점이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우선 표를 얻고 보자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4월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뒤 곧바로 독자적 남북·통일 정책 수립을 정책팀에 주문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추진해 온 '햇볕정책'의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차별성을 갖춘 새로운 정책 구상을 원했기 때문이다. 노 후보는 이때 햇볕정책이라는 용어를 대신할 명칭과 남남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주문했다고 한다.

노 후보는 이처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각을 세울 수 있는 굵직굵직한 정책은 대부분 자신이 직접 챙긴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는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장관으로서의 리더십은 정책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한다"고 자주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 후보의 이런 자신감은 때로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가장 역점을 두었던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노 후보는 서해교전 사태 이후 "햇볕정책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가 당 안팎으로부터 협공을 당했다. 당내에서는 의도적으로 DJ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지적과 불만을 샀고, 한나라당으로부터는 "표를 의식해 말을 바꾸고 있다"는 공격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충청 지역의 민심을 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내부 평가를 받은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도 노 후보가 당과 충분한 협의 없이 앞서 간 예이다. 노 후보를 돕는 정책자문단의 간사인 조재희(趙在喜) 박사는 이런 현상에 대해 "노 후보는 1992년 14대 총선 낙선 후 지방자치 실무 연구소를 차려 행정수도 이전 등 지방분권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체계적 정리를 해 왔다"고 말했다.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앞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노 후보가 역점을 두는 분야는 남북관계, 재벌정책 등 경제 문제, 지방분권화 등"이라고 전했다.

노 후보가 2000년 3월 해양수산부 장관을 그만둔 뒤 제일 먼저 한 일은 자문교수들과의 정책 토론이었다. 본격적 지도자 수업이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토론 과정에서 논쟁이 붙으면 노 후보는 대개 양쪽을 절충해 중간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이냐, 분배냐의 열띤 논쟁에서도 노 후보는 '균형 있는 발전,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말로 절충을 시도했다. 이런 방식에 대해 "특정 정책에 선입견이 없는 개방적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원칙에서 벗어난 현실주의·실용주의"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실용주의라는 말은 그가 표를 의식한다는 얘기다.

노 후보는 공식, 비공식 라인을 통한 정책보고서도 꼼꼼히 읽는다. 보고서는 요약된 형태를 좋아하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이기 어려운 완결된 형태는 멀리 한다. 그는 최근 유권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정책 내용을 항목별로 정리해 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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