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것은 다 있다. 음모가 있고 반전이 있고 쉴새 없이 이어지는 액션이 있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물고 물리며 우울하고 슬픈 배경에 가족사랑까지. 게다가 '어쌔신'의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중국계로 할리우드에 안착한 '미녀 삼총사'의 한 사람인 루시 리우의 맞대결로 '엑스 vs 세버(Ecks vs Saver)'는 한껏 분위기를 잡았다.어느 날 미국 국방부소속 첩보기관 DIA 국장 갠트의 열 살 난 아들이 납치된다. 납치범은 그의 부하인 세버(루시 리우). 그녀는 수백명의 경찰기동대와 저격수, 막강한 화력도 혼자서 물리칠 만큼 탁월한 전투력을 갖고 있다. 그녀를 잡기 위해 자동차 폭파사고로 아내를 잃고 그 충격으로 은퇴한 전직 CIA 감찰요원 엑스(안토니오 반데라스)가 투입된다. 엑스는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사건을 파헤치다가 그 속에 감춰진 엄청난 비밀을 눈치챈다. 세버가 갠트 때문에 아들을 잃었고, 엑스의 아내는 갠트의 계략으로 남편이 죽은 줄 알고 갠트와 결혼했으며, 납치된 아들은 사실은 엑스의 자식이고, 갠트가 납치된 아이를 되찾으려 발버둥치는 이유는 자식사랑이 아니라 아이 팔 속에 숨긴 치명적인 생화학무기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영화는 엑스와 세버의 대결에서, 진실을 알게 되면서 공동운명체가 된 두 주인공과 갠트의 대결로 바뀐다. 그 과정에서 반복되는 총격전, 홍콩식 격투, 자동차 추격장면 등만 보일 뿐 긴장감이나 당위성이 없다. 첩보영화의 핵심인 배신과 음모의 날카로운 맛도 없고, 감정표현도 "권력과 부를 위해서" "사랑해서"라는 말 한마디로 끝내버리는 식이다. 설득력이 약하니 당연히 주연 배우의 연기도, 음악도 작품에 녹아 들지 않고 겉돌 수밖에.
감독은 '파(Fha)'란 저예산영화 한편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태국 출신의 신예 카오스(28). 어쩐지 작품 전체를 조율하는 솜씨가 서투르다 했다. 13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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