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가계 빚이 400조원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가구 당 빚이 3,000만원에 육박하게 됐다. 연말이면 작년 말 대비 가계 빚 증가액이 1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특히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진 가계가 금리가 더 높은 2금융기관으로 몰려가 '비싼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적인 대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 위험의 불씨는 더 커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가구 당 금융자산이 6,350만원으로 아직은 빚을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밝혔으나 소득 상위 5%가 전체 금융자산의 38%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중산층 이하의 가계 빚은 이미 위험 수위에 다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비은행 금융기관 가계대출 폭증
3·4분기 중 은행대출은 17조2,411억원 늘어 6월말(18조429억원)에 비해 다소 증가 폭이 둔화했다. 그러나 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 등 저축기관과 보험사의 대출은 각각 2조8,733억원과 2조913억원 증가해 전분기(각각 8,773억원, 9,578억원)에 비해 2∼3배 이상 늘어났다. 은행들에서 외면당한 고객들이 비싼 금리를 감수한 채 2금융권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서민 가계의 이자부담은 더 늘어나고,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은 한계를 보인 셈이다.
특히 3·4분기 가계 빚 증가세 둔화는 특별소비세 인하기간 만료에 따른 외상(할부) 구매 증가폭 감소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이어서 가계대출 급증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산층 이하 가계 빚, 위험수위
한은은 3·4분기 가계 빚 증가율이 6.7%로 작년 1·4분기 이후 1년6개월만에 가장 적은 폭이라며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가구 당 빚은 작년 3월 1,930만원에서 1년6개월만에 1,000만원이 증가했다. 또 연간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빚 비율도 100%를 초과, 한 가구가 1년 소득을 고스란히 빚(원리금)을 갚는 데 써도 모두 털어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한은은 6월말 가구 당 금융자산이 6,350만원으로 아직은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지만 빈부격차 확대를 감안할 때 대다수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빚에 허덕이는 상태에 도달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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