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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대선 "코미디 大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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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대선 "코미디 大賞"

입력
200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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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숨을 거둔 인기 코미디언 이주일씨는 정치외유를 마치고 코미디로 돌아가면서 "코미디 잘 배우고 간다"고 한국 정치에 따가운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올해 내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정치권을 지켜본 주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유난히도 코미디 같은 일이 번번이 연출된 이번 대선에서 코미디 대상을 받을 최후의 승자, 즉 한국정치 코미디 대상 수상자가 누구일까 하는 점이다.수많은 철새 정치인들이 모두 후보들이지만 그래도 그 중 발군이었던 것은 자신이 사회를 보며 주도한 국민경선이 국민 사기극이었다고 공격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던 김영배 의원과 386세대의 선두 주자이자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였다가 국민통합21로 말을 갈아 탄 김민석 의원이었다. 그러나 이 두 후보는 최근 더욱 강력한 후보들이 나타나면서 애석하게도 대상후보에서 밀려나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우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코미디는 최근 한나라당에 입당한 민주당의 김원길 의원이다. 이는 그가 김대중 정부 하에서 장관까지 지낸 김대중맨이라든가, 그가 얼마 전까지 후보단일화에 앞장서 온 후보단일화론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가 우리 시대의 최대의 개혁은 냉전수구론자인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막는 것이며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히틀러 시절보다 더한 독재가 행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즉 변절과 줄 바꿔 서기도 정도가 있는 것이지, 당선될 경우 히틀러보다 더한 독재를 할 것이라고 비판했던 이회창 후보의 한나라당을 택하다니 김 의원의 정치철학이 갑자기 히틀러 같은 독재정권을 그리워하는 파시스트로 바뀐 것이 아닌 다음에야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 점에서 가히 코미디 대상 감이다.

그러하기에 이제 올 대선 코미디 대상은 확정됐구나 하고 안심하고 있었더니 그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김 의원에 버금가는 새로운 강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즉 이인제 의원이 민주당 탈당을 공식적으로 선언함으로써 1997년 대선에 이어 경선불복종 2연패의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정말 막강한 코미디 대상 후보이다. 그러나 이인제 의원의 경선불복종 2연패 못지 않은 코미디는 이 의원의 경선불복종이 자신들의 자업자득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갖가지 언어를 총동원해 경선불복을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이 의원의 경선불복종에 관한 한,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민주당만은 이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 왜냐하면 97년 이 의원이 신한국당의 경선 결과에 불복하여 독자 출마를 했을 때 민주당은 손뼉을 치며 반가워 했고 이 의원을 정치도의를 어긴 패륜아로 왕따 시키기보다는 정권교체의 일등공신으로 대우하여 당과 당 통합을 이루었고, 그를 유력한 대선 후보로 키워왔기 때문이다.

즉 민주당의 입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경선불복종 그 자체가 아니라 자기들에 대한 경선불복종일 뿐이다. 다시 말해, 상대방에 대한 경선불복종은 칭찬하고 싶은 잘 한 일이고 다만 자기들에 대한 경선불복종이 문제일 따름인 것이다. 경선불복종에 대한 이 같은 정략적 태도가 바로 이 의원의 경선불복종 재발 사태를 키워온 것이며, 이 같은 정략적 태도가 근절되지 않는 한 경선불복 사태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뒤집으면, 이제 공은 한나라당에게 갔다는 이야기이다. 즉 이 의원의 97년 경선불족종을 비판해 온 한나라당이 이제 이 의원의 민주당 탈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손뼉을 치며 반기면서 그를 정치적으로 예우해주려고 한다면, 이는 이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정략적 태도와 전혀 다른 것이 없는 한심한 짓이다. 따라서 한나라당 만이라도 경선불복종자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코미디는 이 정도면 이제 족하다.

손 호 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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