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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맞은 청양 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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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맞은 청양 참게

입력
200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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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바삭 구운 김에 따끈한 흰 밥을 싸서 잘 익은 참게장에 콕 찍어 먹는다. '늬들이 참게 맛을 알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보통 밥도둑이 아닌지라 꼭꼭 담아 푸더라도 한 그릇으로는 도저히 성이 차지 않는다. 3∼7일간 익혀 바로 먹는 게장과는 달리 참게장은 3개월간 예닐곱 번 간장을 끓여 부어가며 익혔기 때문에 감칠맛이 한층 더하다.참게매운탕은 또 어떤가. 시원한 국물은 기본이고, 우거지가 만들어내는 색다른 별미가 있다. 벌겋게 익은 참게 틈새로 김이 무럭무럭 나는 우거지를 건져내 밥 위에 척 걸친다. 후, 후, 후, 세 번 불어 입안 가득 떠넣는다. 진하게 우러난 참게 국물이 가득 배인 부드러운 우거지. 어렵지 않게 한 그릇 또 추가된다. 참게 고유의 맛을 그대로 느끼려면 찜과 튀김이 그만이다. 털이 숭숭 달린, 두껍지 않은 껍질을 '와사삭' 깨면 하얀 속살이 감질나게 배어 나온다.

충남 청양에 참게가 제철이다. 이즈음이면 알을 낳기 위해 온몸에 살집과 영양분을 꼭꼭 쌓아 두기 때문이다. 민물과 바닷물을 왔다갔다 하는 참게는 본래부터 '귀물'. 특히 전남 이북과 충청, 임진강 지역에서 나온 '까치내 참게'는 예로부터 유명한 임금님 진상품이었다.

장평면 지천리에서는 옛 방식대로 참게를 잡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참게가 내려가는 길목에 삿갓처럼 생긴 움막집 '게막'이 서 있고, 한쪽 여울목에는 대나무와 싸리를 촘촘히 엮은 발이 둘러쳐져 있다. 물을 통째로 막지 않고 3분의 1정도의 길목은 숨통을 틔워 놓았다. 다른 물고기들이 내려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때로는 게막 안에서 대나무를 얼기설기 얽은 통발을 가만히 대고 있기도 한다. 모두 산란하러 바다로 가는 참게를 '막아서' 잡기 위한 장치다. 자연친화적이고 원시적인 정취마저 물씬 풍긴다. 참게가 바다로 내려가는 10월말∼11월경에는 직접 참게잡이를 할 수도 있다.

참게가 멸종의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금강 하구언둑과 환경오염 때문이다. 참게는 봄에 민물로 올라와 껍질을 벗고, 성장을 한 후 10월경 알을 낳기 위해 다시 바다로 내려간다. 하지만 금강 하구언둑이 생겨 바다로 내려가는 산란길이 막히면서 종적을 감춘 것이다. 참게가 부활한 데는 이 일대에서 10여년간 참게 양식에 골몰해온 충청수산 대표 명노환(55)씨의 공이 컸다. 2000년, 대천해수욕장에서 바닷물을 떠다 인공부화에 성공한 후 옛 방식의 참게장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지천리 일대에 1만 8,000여평의 양식장이 있다. 이후 청양, 공주, 예산 등 충남 일대에서도 체험관광으로 육성하기 위해 '바닷물 환경'에서 태어난 양식 참게를 조금씩 방류하고 있다.

충청수산에서 파는 참게 역시 양식산. 장곡사 입구 삼거리에서 장평 방향 645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주정교 입구에서 우회전. 게장 10마리들이 2㎏ 한상자가 12만원. 우편으로도 판매한다. 참게찜은 1인분 1만 2,000원. 튀김은 1마리 5,000원. 매운탕 3만원(2인분기준) (041)943-0008

/청양=글·사진 양은경기자 key@hk.co.kr

■청양 장곡사

청양서 '식후경'으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역시 칠갑산. 중턱의 장곡사도 산의 유명세와 더불어 어지간히 알려진 사찰이지만 막상 찾아보면 북적거리는 인파 대신 고적하고 한가한 정취를 자랑한다.

장곡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대웅전이 두 개 있는 절이다. 그 두 개가 건축연대와 양식이 달라 고건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학습장이다. 위쪽에 있는 상대웅전은 고려시대에 지어진 주심포 양식. 건물 서까래가 다 드러나 있고 기둥이 위에서 3분의 1지점부터 볼록하게 배가 나온 '배흘림'양식이다.

아랫쪽 하대웅전은 조선시대 중기에 유행하던 다포 양식. 천장이 우물 정(井)모양이고 바닥이 마룻바닥이다. 둘 다 건물 크기는 정면 3칸에 측면 2칸이지만 분위기는 사못 다르다. 상대웅전은 내부가 크고 어두우며 엄숙하고 경건한 반면 하대웅전은 안이 좁지만 화려하다.

장곡사는 공주 마곡사의 말사(末寺)인 아담한 절이지만 국보 58호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 등 국보급 문화재가 쏠쏠하다. 하지만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또 발길을 멈칫하게 하는, '들어가지 마시오'같은 표지판도 없어 넉넉한 인심을 자랑한다. 그래서 스님들이 참선을 하던 하대웅전 옆의 '설선당'(유형문화재 273호) 마루에 여유롭게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장곡사 입구 좌측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인 예쁜 오솔길이 있다. 칠갑산 올라가는 3.1㎞의 등산로다. 완만한 코스라 아이들의 손을 잡고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8부능선 정도 올라가면 첩첩이 쌓인 부드러운 능선이 아흔 아홉 골짜기가 모여 이루어졌다는 '충남의 알프스' 칠갑산의 참맛을 느끼게 해 준다.

4∼5월경 새 잎이 돋아날 때 부옇게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연녹빛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하지만 초겨울의 감흥도 색다르다. 잿빛 겨울나무 사이로 훤히 들여다보이는 완만한 능선의 물결, 간간히 매달린 빨간 까치밥이 포근하고 한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긴다.

/양은경기자

■청양 여행법

청양에는 번화가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강원도 산간마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때묻지 않은 자연을 자랑한다. 하지만 가는 길은 그다지 멀지 않다. 수도권에서 갈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IC에서 29번 국도를 타면 2시간 30분∼3시간 가량 걸린다. 호텔급 숙박시설로는 대치면 대치리의 '샬레호텔'이 있다. 외관이 예쁘고, 창가에서 바라보는 칠갑산의 전경이 그윽하다. 2인 1실 기준 5만원∼7만원. (041)942-2000

청양의 명물로 꼽히는 '춘포'(春布)에서도 오지에 가까운 자연친화적인 삶의 흔적이 묻어난다. 명주를 날줄, 모시를 씨줄로 삼아 엮는 전통 직물이다. 잠자리 날개처럼 가볍고 시원하면서도 명주가 들어 있어 보드라운 느낌을 준다. 공정이 16가지가 넘고 누에고치나 모시 구하기가 어려워 이제는 거의 명맥이 끊어지다시피 했다.

앞뜰에 모시밭, 뒤뜰에 뽕나무밭을 가꾸며 이 전통을 지켜오는 집이 있다. 운곡면 후덕리에 사는 백순기(76)씨 집은 며느리 김희순씨까지 4대째 춘포를 짜고 있다. 물론 많이 생산하지는 못한다. 기껏해야 1년에 4필 정도 짜내는데 필당 120여만원의 고가에도 시중에는 없어서 못 파는 귀물이 되어 버렸다. 백씨의 집에서 춘포를 직접 구할 수도 있다. (041)942-8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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