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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15 첫 TV토론 / 전문가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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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15 첫 TV토론 / 전문가 평가

입력
200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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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균(金世均)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본보 대선기획자문위원토론을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결정적 순간(Defining Moment)'이 없었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표심에 강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상적 순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구체적 근거와 자료를 제시하면서 토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분 또는 1분 30초씩 대답하는 토론 방식의 한계도 있으나 후보들의 태도가 기본 요인이다. 정책 토론은 겉핥기에 그쳤고 대신 부정부패, 구정치 청산 등을 둘러싼 인신 공격이 많았다.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더라도 막연한 의혹을 제시하기 보다는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또 자신의 가치, 감정을 정책과 결합시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모두 실패했다. 1992년 미국 대선 때 빌 클린턴 후보는 '3·3 전략'에 따라 세가지 사실을 제시하고, 세가지는 큰 메시지를 전달해 유권자의 마음을 잡았다. 반면 후보들은 부정부패 청산을 토론하면서 검찰 중립화, 검찰인사위 등 공약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 등 자신들의 캐치프레이즈에 담긴 정신을 토론에서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당의 정책을 소화하는 등 토론 준비를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회창 후보는 안정적 이미지 심기에 주력하면서도 상대 후보의 공격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노무현 후보는 후보단일화 토론 때보다는 공세적이었으나 차분한 이미지로 보완하려고 했다. 권영길 후보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TV토론은 토론 문화의 진전을 보여준 측면도 있다.

● 전인영(全寅永)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본보 대선공약검증위원

세 후보는 북한 핵 문제 해결방법, 햇볕정책 평가에서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후보간 이념적 스펙트럼이 토론을 통해 더욱 분명해진 느낌이다.

이회창 후보는 "핵개발 계획이 있다"고 시인한 북한에 대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단언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고, 그 만큼 강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특히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한 현금 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남한과 교류를 하면서 뒤로 핵을 개발하는 못 믿을 집단'이라는 대북 불신론이 상당한 것 같았다. 그러나 이 후보의 접근법이 미국과 담판을 지을 생각을 하고 있는 북한을 설득하고 움직일 수 있을지, 자칫 더 큰 위험을 초래하진 않을 지 우려된다.

노 후보는 북미 관계가 악화하면 우리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논리로 이 후보의 상호주의 주장을 반박했다. 비용이 들지만 좀 더 안전한 방법으로 핵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다. 이 같은 접근법은 노 후보의 햇볕정책 계승론과도 이어진다. 하지만 생각대로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근'을 주면 북한이 호락호락 호응할 지 의문이다. 더욱이 노 후보는 얼마나 당근을 줘야 북한이 핵을 포기할지 끝내 밝히지 못했다.

권 후보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문제 등에 대해 시종 적극적인 주장을 폈다. 그는 그러나 북한과 미국 모두 제네바 핵 합의를 깨뜨렸다고 말하는 등 양비론적 시각을 보였다. 권 후보가 내놓은 남한의 선(先) 감군 등 다소 급진적인 방안 역시 논쟁의 소지가 있고, 불완전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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