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온 코스닥이 11일 연속 숨가쁘게 상승하며 '오명 벗기'에 나서고 있다.코스닥 지수는 지난달 19일 이후 0∼1포인트씩 매일 더디지만 쉬지 않고 올라 어느새 53선을 넘어섰다. 코스닥 지수가 11일 연속 오른 것은 1999년 3월 30일에서 4월 21일까지 나타났던 16일 연속 상승 이후 처음이다. 미국 나스닥 지수가 연일 상승하는데다 그동안 불공정거래 사건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다소 해소되면서 냉랭하던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조정을 받지 않은채 상승하면서 투자심리도가 100을 기록, 과열권에 접어들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강세장으로 돌아선 만큼 웬만한 충격은 장 중 조정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자신감도 확산되고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보고도 놀라듯 추가 하락에 대한 부담을 떨치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아직 상승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불안 해소에 저평가메리트 겹쳐
코스닥의 상승을 이끄는 힘은 크게 두가지. 우선 연말 정보기술(IT) 경기 호전 기대에 따른 미국 기술주들의 랠리와 나스닥 지수 상승이 외국인들을 코스닥으로 돌리게 했다. 그동안 작전 시비와 벤처 불황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해소되면서 저평가 코스닥 기업에 대한 가격 메리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거래소시장의 선도주들이 매물 소화국면에 접어들자 그동안 소외됐던 코스닥 중소형주들로 순환매가 유입되며 주식시장 전반으로 수익률 평준화 과정이 나타나고 있다.
11월 중 코스닥에서 순매수로 돌아선 외국인 투자자들은 시가총액 상위 대표주와 우량 전자부품주 인터넷주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한달 동안 1,046억원이나 순매수했다. 이달에도 52억원의 매수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동통신과 디스플레이 인터넷 등 부문별로 실적이 좋아지는데다 내년 초 경기가 호전되면 기업들이 IT관련 설비투자를 늘릴 것이고 이에 따라 IT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수익도 늘어난다는 계산에서다.
■추가 상승이냐 조정이냐
코스닥시장이 랠리를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거래소에 비해 코스닥시장의 상대적 매력도가 더 있는 데다, 최근 IT 관련 지표들이 좋아지고 있어 본격 상승국면에 진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회복시킬 만한 경기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KGI증권 한창현 연구원은 "10월 이후 상승 과정에서 코스닥의 상승률이 여전히 거래소 시장에 비해서 낮다"며 "세계 증시의 IT 주도주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과열 부담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시장의 상대적 매력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코스닥은 기본적으로 거래소에 후행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만큼 추가상승을 예상하기는 이르다"며 "120일 이동평균선이 놓여 있는 55포인트선을 넘어 추세적인 상승국면에 진입할 만한 독자적 상승논리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종목 차별화 대비해야
추가 상승 여부를 떠나 코스닥 투자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우량·비우량 기업간 주가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실적이 좋고 기업내용이 탄탄한 기업만 오르고 저가·부실주들은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조정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떠안는 투자보다는 실적이 좋은 우량주 가운데 덜 오르거나 다른 종목에 앞서 조정을 받은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현재 증시의 주류가 수출과 IT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휴대폰 부품과 LCD 등 디스플레이, 유무선 인터넷, 통신, 반도체장비, 프린트 사무기기 부품 등의 테마별 선순환 흐름을 잘 추적해야 한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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