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마법 재능을 알게 된 해리 포터는 어떻게 됐을까. 악의 화신 볼드모트와의 대결은 어떻게 다시 시작될까. 21세기 판타지 바람의 진원지인 '해리 포터' 시리즈(원작자 조앤 롤링)의 두번째 영화,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이 13일 국내 개봉한다.페투니아 이모 집에서의 생활은 여전히 즐겁지 못하다. 게다가 불현듯 나타난 집의 요정 도비는 "절대 학교로 돌아가지 말라"고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를 못살게 군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로 돌아오지만 분위기가 심상찮다. 해리 포터의 귀에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비밀의 방이 열린다" "모두 죽여 버릴 거야" 등. 이어 고양이로 시작해 시체처럼 굳은 채 발견되는 아이들이 생긴다.
심지어 단짝 헤르미온느(엠마 왓슨)까지 마비가 된다. 마법사의 순수 혈통주의를 주장하는 슬레데린이 만든 비밀의 문이 열리고, 인간의 피를 받은 잡종들이 죽게 될 것이란 전설이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덤블도어 교장(리처드 해리스)등 학교는 걱정에 빠지기 시작한다.
2편은 아이들의 모험을 다룬 어드벤처의 성격이 강해졌고, 유머러스한 조연 군단이 더 보강됐다. 해리 포터가 론 위즐리(루퍼트 그린트)와 나는 자동차를 타고 학교로 돌아가는 설정부터. 좀 더 과격해진 퀴디치 게임, 비밀의 방에서 뱀과의 결투 등 모험 분위기가 물씬한 장면을 만들었다.
여기에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요정 도비, 대형 거미 아라고그, 뿌리가 기형아처럼 생겨 비명을 지르는 희귀한 약초 맨드레이크 등 기발한 캐릭터들도 늘어났다.
해리의 적수인 말포이의 아버지 루시우스(제이슨 아이삭스)의 냉혹한 표정과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가르치는 허풍쟁이 교수 질데로이 록허드(케네스 브래너)의 코믹 연기가 영화의 잔재미를 더한다.
학생에게 서명을 대필시키는 허풍선이 명망가 록허드 교수는 마법사의 세계에도 진품과 가짜가 있다는 사실을 은유한다. 30년전의 일기장을 통해 환생을 시도한 볼드모트를 물리친 해리 포터가 "그와 내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하는 대목은 절대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된, 그리고 스스로의 악마성을 어렴풋하게 느끼게 된 '스타 워즈'의 미래의 다스베이더, 아나킨의 깨달음과도 상통하는 부분이다.
영화 속 설정이 꽤 잔재미를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시간 40분에 달하는 긴 상영시간은 부담스럽다. 비밀의 방을 찾아가는 단선적인 구도로 이 긴 시간을 끌고 가기 때문에 영화는 늘어지고, 1시간여가 지나면서 지루한 느낌마저 준다.
그래픽에 더 많이 기댄 것은 3편에서 혹여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점점 오락실 게임처럼 변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자아내게 한다. 감독은 1편과 같은 '나 홀로 집에'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크리스 콜럼버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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