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공산당 총서기 시대의 중국·러시아 관계가 순조롭게 출발했다.胡 국가부주석은 지난달 총서기 취임 이후 2일 베이징(北京)에서 처음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러 협력관계를 심화,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유지되는 한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지속, 대 한반도 정책, 테러, 이라크 사태 등에서 긴밀히 공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이라크 문제, 북한 핵 문제 등을 논의하고 경제·사회 분야로 협력을 확대했다.
■회담 성과
양국의 공동선언은 실제 논의 내용을 충분히 담고 있지 않지만 커튼 뒤의 발언 내용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게 했다. 프랑스처럼 미국 주도의 이라크 사태 해결을 달가워하지 않는 양국은 이라크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견제했다. 북한 핵 문제에서도 동북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표출했다.
양국은 또 체첸 반군과 중국 내 이슬람 분리주의자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 당국의 단호한 입장을 상호 지지하면서 인권문제가 국제관계의 압력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이중잣대'도 강조했다.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에너지 등 비 정치분야에서의 협력 강화이다. 러시아 앙가르스크와 중국 다칭(大慶) 유전을 잇는 2,400㎞의 송유관을 건설키로 양국이 사실상 합의한 대목은 정치 분야의 협력이 경제 분야로 확산되는 신호이다. 경제의 의 숨통이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의존하는 관계로 양국 관계가 심화한 것이다.
■깊어가는 밀월
지난해 양국의 우호협력 선린조약 체결과 9·11 테러 이후 시작된 양국 밀월의 핵심 축은 '미국 견제'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를 끌어안아 미국의 독주를 견제해 왔고, 중국도 러시아에 기대면서 목소리를 키워왔다. 최근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불러 온 동구 7개국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가입도 러시아의 시선을 더욱 중국으로 쏠리게 했다.
정치분야의 밀월이 경제관계 등으로 확대되면서 양국의 공생관계가 정착되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100억 달러를 넘어선 양국간 교역규모는 올해 12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러시아의 에너지와 군수물자를 의존하고, 러시아가 중국 농산물과 공산품에 의존하는 무역 형태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푸틴과 후진타오의 우의 다지기
중국 당국은 푸틴과 江 주석간 정상회담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러시아와 서방언론은 후진타오로 시선을 돌렸다. 방중 목적을 胡 총서기와의 우의 강화라고 의미를 부여한 푸틴은 "우리는 앞으로 중국 4세대 지도부와 긴밀한 협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언론들이 정상회담에 즈음해 푸틴과 胡의 성장 배경, 지도자 발탁 배경의 닮은 꼴을 유독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라고 볼 수 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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