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여러분야 사람 "넓게"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사람 사귐은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죽마고우도 있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사귄 친구도 있다. 친구들과 흉허물 없이 지내는 것도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 학창시절 친구들은 "우리와 같이 있을 때는 야당 총재도, 대통령후보도 아닌 그냥 회창이"라고 말한다. 정치인이 된 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교우 범위가 넓어진 것뿐이다.
이 후보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고 물으면 열이면 열, 한결같이 효성그룹 배도 고문을 꼽는다. 경기고 동창이니 50년 지기다. 시시콜콜한 집안일까지도 꿰고 있을 만큼 가깝다. 배 고문은 10월31일, 이 후보 부친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맨 먼저 빈소에 달려왔다.
분당 차병원 김승조 원장, 섬유회사를 경영하는 이응선씨, 동방기획 부회장을 지낸 남정휴씨 등도 이 후보와 터놓고 지내는 고교 시절 친구다. 지헌정 임광토건 대표는 청주중 1학년 때, 고흥의 한 고교 교장을 지낸 문종택씨는 광주 서석초등학교 시절에 만나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으니 가장 오래된 친구이다.
이 후보와 함께 '8기 3총사'로 불리는 오성환, 박우동 전 대법관은 법조계 인사 가운데 특별히 가깝게 지내는 사이다. 고등고시 8기 사법과에 나란히 합격한 세 사람은 대학시절부터 의기투합, 늘 몰려 다녔다. 판사 시절 당직을 설 때는 둘러 앉아 심심풀이로 포커도 이따금씩 했다. 이 후보가 골프를 했을 때는 가장 자주 어울린 라운딩 멤버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에는 곧잘 가족 동반으로 함께 여름 휴가를 가기도 했다.
한승헌 전 감사원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사법 시험 동기지만 정치성향 등 공통점이 거의 없는 두 사람이 40년 이상 우정을 나누어 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한 전 원장이 1999년 법무법인 '광장'의 변호사가 됐을 때 가장 먼저 축하 꽃다발을 보낸 사람이 다름아닌 이 후보였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원칙주의자라는 점에서 서로 믿음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친구들과 만날 때 이 후보는 서울 시내의 N 면옥 등 냉면집이나 일식집을 즐겨 찾는다. 기자들과는 폭탄주도 마시지만 친구들과는 가볍게 반주만 한다. 정치 얘기는 좀처럼 화제에 오르지 않는다. 세상 사정, 젊은 시절의 추억, 가족 등이 주된 화제다. 친구들은 이 후보가 이런 때만이라도 골치 아픈 정치를 잊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정치 입문 후에 교분을 쌓은 인사들도 많다. 윤방부 연세대 교수는 제자를 이 후보의 주치의로 보낼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탤런트 이순재씨와의 친분도 두텁다. 서울고 출신인 이씨는 동갑으로 지난해 초 이 후보가 인기 드라마 '아줌마'출연진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 것을 계기로 친구가 됐다. "뭔가 통하는 게 있는 듯했다"는 게 이 후보 측근의 전언이다.
권철현(權哲賢) 비서실장을 통해 알게 된 바리톤 김동규씨는 이제 이 후보의 집을 자연스럽게 찾는다. 김씨와 함께 한나라당 예술인 홍보단에 참여한 코미디언 이용식씨, 가수 설운도씨 등도 스스럼 없이 이 후보의 옥인동 자택에 드나든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盧 한사람이라도 "깊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친구가 많지 않다. 그러나 한번 사귀면 깊게 사귄다. 소위 경상도 촌놈 스타일이다. 사람을 사귈 때는 상대방 됨됨이를 따지는 등 상당히 세심하게 가린다. 정치인 치고는 심하게 낯을 가린다는 평도 이 때문이다.
경남 대창초등학교―진영중―부산상고 등 그가 거친 학교의 동창 가운데 절친한 친구는 10명 정도뿐이다.
고교 동창인 원창희(무역업) 강태룡(자동차부품상)씨, 중학 동창인 노태구 경기대 교수, 초등학교 동창인 이승보(농업) 조용상(교사)씨 등이다. 이들은 노 후보가 고향을 찾을 때 추어탕과 막걸리를 함께 하며 추억을 더듬는 멤버들이다. "무현이가 술 한잔 걸치면 곱사춤을 추고 구성진 노래가락으로 분위기를 띄운다"고 이들은 자랑한다. 하지만 노 후보는 친구라도 원칙에 어긋나는 부탁은 칼로 자르듯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에게 사소한 부탁을 했다가 무안을 당한 친구들이 부지기수다. 반면 빚 보증을 섰다가 떼이고도 '내 탓'이라며 친구를 감싼 예도 있었다.
노 후보의 지인 가운데는 1980년대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함께 한 부산지역 재야 인사들이 상당수 있다. 이 지역 재야 세력의 대부인 송기인 신부와 82년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문재인 변호사는 눈빛만 봐도 서로 속마음을 알 수 있을 만큼 노 후보와 절친하다.
송 신부는 80년대 초 노 후보가 부산 미 문화원 사건 변론을 맡으면서 알게 된 사이로 노 후보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이 놈'하고 꾸짖을 수 있는 어른이기도 하다. 송 신부는 최근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에 대한 노 후보의 행보를 두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질책했다.
문 변호사 역시 노 후보가 술잔을 기울이며 심경을 토로할 수 있는 사람이다. 노 후보가 후보단일화 문제로 고심할 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게 측근들 전언이다.
이태일 전 동아대 총장, 김재규 전 부산민주광장 관장, 김광일 변호사, 송정재 전 부산일보 사장, 김동수(의사) 고호석(교사)씨 등과도 친하다. 이들은 87년 6월 민주화항쟁 당시 노 후보가 부산 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할 때 함께 거리 투쟁에 나섰다. 이들이 10여년 넘게 노 후보와 인연을 이어 온 것은 노 후보가 '무게'와 '체면'을 중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재규씨는 "노 후보와 선술집에서 지역감정 등 정치 현안을 주제로 얘기를 나눌 때가 많다"고 귀띔했다.
손숙(연극인) 명계남 문성근(영화배우) 김하기(소설가) 임정남 강은교(시인) 이창동(영화감독) 박계동(화백)씨 등 문화계 인사들과의 교분도 빼놓을 수 없다. 노 후보는 특히 손씨가 환경부 장관에서 물러날 당시 "지식인이 들끓는 여론 때문에 상처 받아서는 안된다"고 공개적으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변호사 모임'(노변모)의 이돈명 황산성 노경래 최병모 이석태 박연철 변호사 등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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