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주택개발업체인 (주)세경진흥 김선용(金善龍) 부회장은 2일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997년 대선 때 세경의 자회사인 (주)ISD를 통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측에 22억원을 제공했다"며 "한나라당이 이를 왜곡할 경우 원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주장했다.김씨는 한미·동화은행 발행 자기앞 수표(4억원) 번호와 금액이 적힌 지급내역서 신한은행 강남중앙지점 발행의 약속어음(18억원) 4장의 사본 등을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김씨는 "97년 11월5일 세경진흥 회장이자 이 후보의 고교 후배인 이모씨를 통해 이 후보 동생 회성(會晟)씨에게 수표 2억원을 전달했다"며 "11월13일에는 소공동 롯데호텔 이 후보 캠프사무실에서 회성씨와 이 후보 측근인 이석희 서상목 현홍주씨 등이 있는 자리에서 어음 등 19억원을 건넸고, 12월2일에는 수표 1억원을 이 후보측 요청으로 모 여론조사기관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자금 제공 배경에 대해 "세경진흥은 94년부터 부천 범박동 재개발사업을 추진했으나 검찰의 편파수사로 97년 3월 사업을 포기했다"며 "검찰 편파수사 배경에 당시 신한국당 실세인 K소장, K실장, K의원 등 3명의 영향력이 있다고 확신, 이 후보에게 줄을 대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이 TV에서 '정치자금도 어음으로 받느냐'고 한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한나라당측은 당시 18억원의 어음을 10% 할인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미국 선거전문가에게 이 후보 선거캠페인을 맡기는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려 했으나, 한나라당이 직접 이 후보측에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미국 선거 로비스트 T씨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민주당이 선거참패가 자명해지자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사주한 정치공작"이라고 일축했다. 김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이 후보의 동생 회성씨도 "김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면서 "황당무계하다"고 반박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허위 폭로를 감행한 김씨는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사람으로, 사기 등 전과 12범"이라면서 "이 공작은 제2의 김대업식 정치공작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남 대변인은 이어 "이는 불법도청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자 어떻게 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켜 보려는 속보이는 술수"라고 비난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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