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일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정부 각료, 방송사 사장, 한나라당 의원, 기자 등의 통화내용을 요약했다는 국정원 자료를 추가로 공개, 도청의혹 파문과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날 공개자료에는 정권의 고위층이 특검수사 개입과 인사청탁을 했다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자료에 등장한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 관계자들은 통화 사실을 전면 부인한 반면 한나라당 의원 등은 이를 확인했다.★관련기사 3·4·5면
청와대 박선숙(朴仙淑)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선거 시기를 틈탄 허위사실 유포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비난했으며 국가정보원은 한나라당의 자료를 "사실과 다른 유언비어"라고 일축하고 문건 출처와 작성경위를 제시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선대위 부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올 1월부터 3월까지 정리됐다는 16건의 도청 내용을 공개하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사과와 신건(辛建) 국정원장 등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이 부위원장은 "정권이 도청 사실을 계속 부인할 경우 국기가 흔들릴 만한 치명적인 도청 내용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별도 보도자료에서 "국정원이 카스(CASS)라는 휴대전화 감청장비까지 자체 개발해 자동차에 싣고 다니며 사용하고 있다는 상세한 증언을 확보하고 있다"며 '사설 공작대'가 도청 자료를 작성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추가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월24일 박지원(朴智元) 당시 청와대 특보가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의 금품수수 의혹 수사와 관련, 이재신(李載侁) 민정수석에게 대통령의 뜻을 언급하며 이 전이사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요청했고, 이 수석은 차정일(車正一) 특검과 접촉을 시도 중이라고 대답했다.
박 특보는 또 2월6일 모 방송사 보도국장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장·차관, 청와대 수석, 검찰인사를 모두 자신이 처리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김현섭(金賢燮) 민정비서관은 2월20일 한미은행 LA 지점 등에 김홍걸(金弘傑)씨 명의로 거액이 입금돼 있다는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의 주장을 거론하며 "출처불명의 괴문서로 밀고 나갈 작정"이라고 말하는 등 국세청장과 대책을 논의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박지원 비서실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같은 건물 바로 옆방에 근무한 이재신 수석과 전화 통화를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반박했다. 자료에는 이와 함께 권노갑(權魯甲)씨의 모 협회 회장 선임 개입, 박준영(朴晙瑩) 국정홍보처장의 취업 주선, 남궁진(南宮鎭) 문광부장관의 보직 청탁 등 각종 인사개입 사항도 나타나 있다.
청와대 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그동안 한나라당은 도청의 '청와대 배후설'을 주장하더니 이번에는 이른바 청와대가 도청 당했다는 '청와대 관련 문건'을 들고 나옴으로써 그동안 청와대를 음해한 내용이 허구임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이번에 내놓은 괴문서도 글자체가 국정원 문서와 다르고 그 내용도 너무 조잡하다"면서 "검찰은 괴문서에 나온 통화가 있었는지 밝혀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고태성기자 tsgo@hk.co.kr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李후보 오늘 '도청의혹' 회견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국정원의 도청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민주당의 해명과 사과를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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