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세입자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최근 5∼6주 동안에는 전셋값이 내렸다고 하지만 2년 전에 비하면 크게 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2년 계약만기가 다가오는 세입자들은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24평 아파트에 전세를 사는 김태진(가명·32·회사원)씨도 12월말 계약만기를 앞두고 9,000만원이던 전셋값을 1억4,00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막막한 상황. 김씨는 당장 5,000만원 마련도 어렵고 옮길만한 곳도 적당치 않아 고민에 빠져 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눈을 잘 돌려보면 의외로 싼 값에 전세를 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12월 신규 입주하는 아파트나 서울 외곽 지역 등에 비교적 괜찮은 전세 물량이 많고, 최근 공급 과잉 현상을 보이는 다세대·다가구 주택 등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충고다.▶전세 마련 서둘러야
전세를 구하려면 무엇보다 서둘러야 한다는 충고가 많다. 지금은 전셋값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본격적인 이사 수요가 발생하는 12월 중순부터는 다시 오를 수 있기 때문. 요즘 비교적 넉넉한 전세물량도 시기가 지나면 급격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지금의 전셋값 하락이 추세적인 것이기보다는 비수기의 영향이기 때문에 본격 이사철이 다가오면 전셋값 재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원하는 지역에 적절한 가격으로 전세를 구하려면 12월초에 미리 선수를 쳐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 입주 아파트
12월 들어 신규 입주가 시작되는 아파트가 우선 관심거리. 부동산 시장 비수기에는 전세 물량이 많은데다 전셋값도 매매가에 비해 비교적 낮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22개 단지에서 입주가 시작되고 경기 지역에서도 15개 단지가 입주에 들어간다.
전세를 구할만한 곳으로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산월드타운이 먼저 꼽힌다. 월드컵경기장역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795가구 규모의 단지로 주변에 학교가 많아 교육여건이 좋고 월드컵공원도 인접해 있다. 매매거래가 활발하진 않지만 전세물량은 풍부한 편. 25평형의 전세가가 1억4,000만원이고 35평형은 1억8,000만원선이다.
강동구 암사동 동원 아파트도 단지는 작지만 역세권이고, 현대·롯데백화점, 이마트 등 편의 시설이 인접해 있어 노려볼 만하다. 전세가는 27평형이 1억2,000만원선으로 매매가(2억5,000만∼2억6,000만원)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955가구 규모의 경기 부천 상동 하이타운로즈힐도 전세 매물이 많아 26평형을 9,000만∼1억원에 얻을 수 있다.
▶서울 외곽도 고려해라
교통불편 등의 단점이 있지만 서울 외곽지역 수도권도 적극 고려해볼 대상이다. 서울시내에 비해 전셋값이 20∼30%정도 싼데다 전셋값 차이로 여윳돈이 생길 경우 재테크도 할 수 있기 때문. 특히 계약만기를 앞두고 전셋값 마련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광명시가 먼저 꼽힌다. 관악·동작구가 주생활권인 사람들에게 적절하다. 광명시 철산·하안동의 경우 생활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이 지역의 25평형 아파트는 1억원 정도면 전세를 구할 수 있고 32평형은 1억2,000만원선이다. 강남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하남시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신장동의 경우 32평형 전셋값이 1억2,000만∼1억3,000만원대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편집장은 "외곽 지역에 전세를 구할 때는 반드시 현장을 방문해 주변시설과 교통편을 확인해야 한다"며 "오래되지 않은 대단지 아파트를 구해야 빠져 나올 때 용이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세대·다가구도 대안
굳이 아파트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다세대나 다가구 주택에 눈을 돌리는 게 좋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은 최근 공급 과잉으로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 정도라는 일부 분석도 있는 만큼 세입자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은 지하철역 주변이나 재래시장 주변에 많이 위치해 있고, 아파트 못지않은 쾌적한 평면구조를 갖춘 것들도 적지 않다.
은평구와 구로구, 강서구 등에 물량이 많다. 은평구 신사동의 경우 25평형 2층(방 3개)의 전세가가 9,000만원선이다. 구로구 개봉동 일대 18∼19평형(방 2개) 역세권 가구는 6,500만∼7,000만원이면 전세를 구할 수 있다. 송파구 잠실동과 삼전동의 13평형(방 2개) 다세대 주택도 전세가가 8,000만∼8,500만원선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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