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의 입덧은 '아이를 얻는 기쁨을 맛보기 위해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로 치부된다. 그러나 고통의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 임신부에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입덧은 임신부의 50∼80%가 겪을 정도로 흔하고, 입원치료가 필요한 임신오조(체중이 3㎏ 이상 빠지는 것)를 겪는 임신부도 한 해 수천명에서 수만명에 달한다.입덧의 원인은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의들은 입덧이 임신 5,6주쯤 시작돼 12,13주때 가장 심하고 16∼20주면 나아지는 경과가 태반에서 분비되는 융모막 호르몬의 증감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이 호르몬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밖에 비타민 B6의 결핍, 부신피질의 기능 이상, 갑상선기능 항진이 원인이라는 연구도 있다.
입덧은 또 감정적인 면과 관련이 많아 임신부의 성격이 어린아이 같거나 가족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경우, 임신에 대해 걱정이 많은 경우 더욱 심한 경향을 보인다. 또 첫 아이보다 둘째 출산때 입덧이 심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입덧으로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해도 태아가 영양결핍으로 영향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태아는 산모의 체내에 있는 영양을 공급받기 때문. 오히려 입덧을 하는 산모는 유산, 저체중아, 미숙아 출산이 적다는 연구가 알려져 있다. 다만 구토가 심한 임신부는 명치 끝이 아프고 위산이 식도를 자극해 피를 토하거나 눈자위의 혈관이 파열되기도 한다. 또 흡입성 폐렴, 황달이 생기고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심해질 수 있다.
참을 수 없는 정도의 입덧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전현아 교수는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수액요법, 즉 링거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포도당만 공급받는 것인데도 구토 증상이 다소 나아진다. 입원을 하고 수액요법을 써도 낫지 않는 경우엔 조프랄이라는 항구토제를 주사한다. 원래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쓰는 약으로, 구토억제효과가 뛰어나다. 전 교수는 "이 약제가 태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선 완벽하게 연구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 가장 심한 경우에만 취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비타민B6를 먹으면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도 흔하다. 먹는 항구토제도 몇 가지 있지만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한방에선 손목 안쪽 내관혈(內關穴)에 침을 놓는다. 내관혈은 손목 주름에서 2촌(손가락 3개 정도) 팔꿈치쪽으로 내려와 팔의 두 뼈 사이에 오목하게 들어간 곳으로 위의 불편을 다스리는 곳이다. 경희의료원 한방부인과 조정훈 교수는 "일주일에 2번씩 3,4주간 침을 맞으면 어느 정도 증세가 나아진다"고 말했다. 내관혈에 대한 연구는 서양에서도 활발해 미국 영국 스웨덴 등에서 입덧, 항암치료에 따른 구토, 멀미 등에 내관혈 침자극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최근 미국에서 수입돼 유통중인 '릴리프 밴드'도 침과 같은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손목에 차는 이 상품은 내관혈 자리에 저주파 자극을 줌으로써 침을 놓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구토 증상을 완화시켜준다. 다만 "너무 강도 높은 전기자극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견해다.
입덧을 낫게 하는 음식은 임신부마다 제각각이라 규정하기 어렵지만 속을 비우지 않는 것이 좋다. 식사를 조금씩 여러 번에 나눠 먹고, 자기 전에도 먹어둔다. 한방에선 오미자차, 보리차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입덧은 감정적인 면과도 연관이 많아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나아질 수 있다. 전현아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고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신호라며 자기 최면을 걸면 꽤 효과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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