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일 국정원 도청자료라며 16건의 내용을 추가 폭로, 문건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정원의 도청 내용을 입증하는 문서"라고 주장한 반면 국정원, 민주당 등은 "조작된 괴문서"라고 거듭 주장했다.▶출처 및 형식
1차 문건의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2차 문건의 출처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문건에는 청와대 박지원 비서실장 등 권력 핵심부 인사의 인사 개입 등 쉽사리 알 수 없는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주로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 움직임을 담았던 1차 문건과 달리 접근이 쉽지 않은 고급 정보이다.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국정원 등 정보기관이 출처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도 "정보기관의 일반 동향보고에는 반드시 시간과 장소가 병기되는 것과 달리 이번 문건에는 장소가 명기돼 있지 않다"며 "문건 형식상 도청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건 중 대통령에 대해 'DJ'로 표기한 대목 등을 들어 "국정원 문서에 대통령을 그렇게 표현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누가 어디서 작성했나
이날 자료를 공개한 이부영 의원은 "국정원 문건이 통째로 나온 것으로 재가공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국정원 도청 보고는) 인쇄하지 않고 그냥 내용을 요약해 차장이 출근하면 8, 9 국장이 전날 것을 메모해 보고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국정원에서는 (통화내용이 뜨는) 스크린을 보고 요약, 필요한 부분만 상부에 보고하는데 이번 문건은 국정원 직원이 스크린에 뜬 것을 메모해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건이 국정원 내부 업무용 문건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문건에는 국정원의 (정식)도청문서도 있고 메모를 정리한 것도 섞여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도청내용에 접근할 수 있는 국정원 직원이 업무와는 다른 목적에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제보자
한나라당은 이날 문건 작성자 및 제보자가 국정원 현직 인사라고 주장했지만 신상 공개는 거부했다. 이부영 의원은 이에 대해 추가제보 기대와 내부고발자 보호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나라당이 제보자를 계속 밝히지 않을 경우 도·감청 경험이 있거나 정치관련 정보수집에 관여한 국정원 전직 인사들이 문건 작성 및 제보자라는 주장은 사라지기 어렵게 돼 있다.
▶추가폭로 예고
한나라당은 이날 '국기를 뒤흔들' 내용의 대형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한나라당 주변에는 이미 확보한 도청 자료가 책으로 7권 분량이라는 소문과 함께 '남북관계와 관련한 자금 이동 등 현 정권의 도덕성에 결정타를 가할 내용도 있다'는 설이 있다. 또 청와대의 민주당 경선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용의 자료도 확보, 공개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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