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의 연구가 230초의 비행으로 실현됐습니다." 지난달 28일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액체추진과학로켓(KSR-Ⅲ)의 시험발사를 발사장 통제실에서 진두지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趙光來·43) 박사는 성공적으로 발사가 마무리되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KSR-Ⅲ의 발사부터 낙하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231.44초.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지만 이 짧은 순간을 통해 우리나라가 우주개발국가에 성큼 다가섰다는 자부심 때문이다.KSR-Ⅲ 과제책임자로, 60여명의 연구원과 함께 30일까지 발사장에 머물며 액체추진로켓 해체작업을 마무리한 조 박사를 전화 인터뷰, KSR-Ⅲ 발사순간과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KSR-Ⅲ시험발사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순전히 우리 힘으로 처음 만든 액체로켓이었지만 기술적으로 완벽했다. 로켓이 동서 12㎞, 남북 15㎞의 사각지역 안에 떨어지면 성공으로 판단한다. 모든 면에서 목표치에 근접한, 만족스런 시험비행이었다."
-발사 순간은 순조로웠나.
"발사 전날 오후 발사대를 장착하고 밤새 불침번을 서며 기상예보와 로켓상태를 점검했다. 발사 당일 새벽 4시 발사 준비에 돌입했다. 34개나 되는 각종 밸브의 작동을 점검하고 영하 185도의 액체산소 공급라인을 미리 차갑게 식히고 발사 2시간 전엔 액체산소를 공급하는 등 준비에 총 7시30분이 걸렸다. 오후 2시30분께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려는 순간 어선이 낙하지역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아찔했다. 액체산소를 보충하며 어선이 안전지역으로 벗어나기를 기다리는 20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고체로켓을 수차례 발사했었는데 액체로켓 발사는 왜 어려운가.
"지상에서 엔진을 연소하는 시험은 했지만 비행중 연소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비행중 대기압과 가속도의 영향으로 로켓 내 연소실로 공급되는 연료와 산화제의 비율·유속이 매순간 달라지고 따라서 추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엔진의 연소특성은 실제 비행해보지 않고선 알 수 없다. 이 기술은 여간해선 기술이전도 되지 않는다."(항공우주연구원 채연석 박사는 "외국의 경우 수차례 비공개 시험으로 성공을 확신한 뒤 공개 발사를 한다"며 첫 발사의 성공을 자랑스러워 했다)
-개발 중 어려웠던 일은.
"엔진의 불안정한 연소를 극복하는 일이었다. 실험하면서 엔진을 많이도 '해먹었다.' 폭발도 있었다. 또다른 기술적 난관은 정밀한 유도 제어장치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로켓이 자신이 위치한 3차원 좌표를 실시간으로 읽고 프로그램과 비교해 궤도를 수정하는 제어기술은 어떤 로켓이든 필수다.
북한 이라크 등의 로켓기술을 폄하하는 이유도 제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목표대로 2005년 우리 위성을 자력 발사하는 것이 가능한가.
"기반 기술은 확보됐지만 추력을 10배나 확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엔진을 대형화하면 연소특성이 또 달라지므로 수많은 연소 실험이 따라야 한다. 연구 외의 난제도 있다. 아무리 '평화적 우주개발'을 표방해도 본질적으로 군용 로켓기술과 상통한다는 점에서 종종 외교 문제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외국 전문가들을 만나보면 '위성 발사국이 되려면 최고 통치자의 확고한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단언한다. 국민의 이해와 동의도 있어야 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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