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시작됐다. 지난 20세기 한국의 역사는 숱한 오욕과 질곡 속에서 산업화, 민주화의 토대를 갖추기도 했으나, 통일 한국, 선진 한국은 달성하지 못한 채 새로운 세기에 진입했다. 과거 한국 정치는 극단적 이념대결, 흑백논리 패거리정치, 지역감정 등 비이성적 논리에 휘둘리면서 국민통합 국민복지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사회갈등을 증폭시키며,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훼손시키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이끌고 나갈 정치 세력들은 지난 세기의 얼룩진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말고 다시금 태어나야 한다.21세기 한국은 튼튼한 안보와 경제성장의 토대 위에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민족 통일을 달성하고 복지국가, 문화국가를 지향하며 과거의 피동적 역사에서 벗어나 한반도 중심의 동북아와 세계를 리드하는 일등 선진국을 구축하는 원대한 비전이 펼쳐져야 한다. 이번 대선은 21세기 한국의 명운을 결정짓는 주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다행이 이번 대선은 과거의 지역구도의 틀이 어느 정도 깨어지면서 새로운 한국정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여건이 성숙돼 있다. 이와 함께 신세대와 구세대의 표심(票心)이 나뉘어지면서 중심 세대인 40대의 정치의식이 승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대선은 30년여만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강(兩强)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한 쪽 캠프에서는 보수와 혁신의 대결을 강조하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새 정치와 낡은 정치의 대결을 주장하며 선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양당의 선거전략은 어디까지나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전술적 측면에서 국민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을 뿐 진정한 의미의 국가 경영 전략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 후보자들은 보다 진솔히 국민 앞에 다가가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가를 운영하는 정책을 내놓고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을 감동시켜야 한다. 이제 과거 스타일의 흑색 선전과 네거티브 전략은 지양해야 한다. 문화·복지·통일 한국을 건설해 세계화시대 한국의 위상을 어떻게 자리매김 할 것인지를 보여야 한다. 이웃 중국도 이번 제16차 전국 공산당대회에서 후진타오(湖錦濤)를 당총서기로 선출하였으며, 3개 대표이론을 당헌에 삽입했다. 한편으로는 자본가를 포함한 전 인민을 21세기 국가발전 전략에 총동원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유권자들은 보다 성숙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유권자들은 각 당의 선거 전략에 따른 구시대의 캠페인에 현혹 당해서는 안 된다. 어느 정당, 어느 후보가 국가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하며, 나아가 그 비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과 능력이 있는가를 냉정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개인적 수준에서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사회적 수준에서는 사회 통합을, 국가적 수준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국가 수립, 그리고 세계적 수준에서는 한반도가 동북아의 중심 국가로서 세계 10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지, 이러한 것들에 대한 비전 제시와 수행 능력을 선택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 21세기 한국의 진운은 밝다. 특히 금년은 한일월드컵의 성공을 계기로 우리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대선도 공정한 과정과 깨끗한 결과를 통해 국민축제로 승화되어야 한다. 그 동안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 오히려 부담만 안겨 주었던 우리의 정치는 이제 모든 분야를 선도하는 새로운 모범의 전형을 보여 주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은 이제 과거의 이념논쟁, 지역구도에 기반한 선거판을 걷어야 한다. 21세기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관한 뜨거운 논쟁, 국가와 민족을 아우르는 세계화 구도 속에서 후보자와 정당 유권자 모두가 승리하는 대선 축제를 만들어 보자.
이 기 종 경희대 행정대학원(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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