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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영혼의 도시 라싸로 가는 길 - "난 티베트 향한 향수병 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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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영혼의 도시 라싸로 가는 길 - "난 티베트 향한 향수병 걸렸어요"

입력
2002.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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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드라 다비드 넬 지음·김은주 옮김 다빈치 발행·1만8,000원"나는 이방의 땅을 향한 향수병에 걸렸어요. 대초원, 고독, 끝없이 펼쳐지는 설원, 그 위에 펼쳐진 한없이 푸른 하늘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프랑스의 여행가 알렉산드라 다비드 넬(1868∼1969)이 1917년 3월 12일 도쿄를 떠나는 열차 안에서 남편에게 쓴 편지의 일부분이다. 그녀는 한국 중국을 거쳐 외국인의 출입이 금지된 은둔의 나라 티베트로 떠났고 네 번의 실패 끝에 최초로 티베트를 여행한 서양 여성이 되었다. 그리고 그 강렬한 경험은 1927년 '파리지엔느의 라싸 기행'이라는 책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달라이 라마가 쓴 추천사에 따르면 넬은 "산스크리트와 불교 철학에 정통하며, 여행지에서 만난 티베트인들과 아무 불편 없이 대화를 나눌 정도로 능숙하게 티베트어까지 구사한 여행자"였다.

넬의 티베트 여행기가 '영혼의 도시 라싸로 가는 길'로 국내에 번역 출판되었다. 라싸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당시 티베트는 제국주의 열강의 압력 때문에 쇄국정책을 폈다. 중국 운남성에서 동 티베트로 진입을 시도한 넬은 영국 영사가 발행한 티베트 통행증을 구하지 못해 국경경비대에게 쫓겨났고, 한 번은 잠입에 성공했지만 추격대에 붙잡혀 추방됐다. 결국 시킴 지방의 한 사원에서 만나 양아들로 삼은 라마승 용덴과 함께 수도승 차림으로 티베트의 경계를 넘었다. 라싸의 사원에서는 용덴을 모시는 노파처럼 분장해 천연덕스럽게 "옴 마니 팟메 훔"을 입에 달고 3개월간 살기도 했다.

그가 목격한 티베트의 풍습은 일견 황당하다. "순례자나 라마승에게 고의로 길을 잘못 가르쳐주거나 방관하면 죽음 다음에 어두컴컴한 바르도(죽음과 환생 사이)를 방황하게 된다(고 믿고 있다)"는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일부 여성들은 독을 지녀서 그 독을 남들에게 풀어야 하는 숙명이기에 아들이라도 독살시킨다"는 풍습도 있다.

티베트 여행은 식량이 없어 눈을 녹여 먹을 정도로 힘겨운 대목도 있었다. 의지처는 용덴. 산신령에게 호두알만큼의 버터나 베이컨을 내려달라고 기도하던 넬에게 용덴은 "티베트 여인들은 신발바닥을 닦던 베이컨과 밑창에 대고 남은 가죽도 활용한다"고 익살을 부린다.

넬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불교에 심취한 지식인이었다. 그는 인도에서 불교를 배우고 중국을 횡단했으며 쿰붐사에서 3년간 수도했다. 1917년 금강산 유점사, 합천 해인사 등을 방문,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튀니스 여행중에 만난 철도기술자 필립 넬과의 7년 간의 짧은 결혼생활은 18개월의 여행이 14년이 되면서 마감된다. 1928년에 딘늬에 정착한 넬은 78세에 인도를 여행하고, 82세에 알프스를 올랐으며, 죽기 직전인 101세 때는 티베트를 다시 가보기 위해 여권 재발급을 신청하기도 했다.

하인리히 하러가 쓴 '티베트에서의 7년'과 같이 읽어보는 것도 괜찮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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