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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탁자 위의 세계 - 이 평범한 물건 누가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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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탁자 위의 세계 - 이 평범한 물건 누가 만들었을까

입력
2002.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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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아 코헨 지음·하유진 옮김 지호 발행·1만5,000원이 감자는 누구네 밭에서 캤을까? 내 신발은 누가 수선했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알던 사실을 지금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 물건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기원을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대신 가격은 얼마나 되는지, 품질은 좋은지를 궁금해할 뿐이다.

미국 작가 리아 헤이거 코헨의 '탁자 위의 세계'는 일상의 평범한 물건에 깃든 사람의 흔적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저자가 택한 일상의 물건은 커피와 그것을 담는 유리잔, 그리고 신문지다.

저자는 이 작업에서 세 명의 노동자를 만난다. 멕시코 커피 농장에서 일하는 스물 여섯의 바실리오 살리나스는 일을 하는 동안 다른 생각에 빠지지 않고 노래를 흥얼거리지 않아 수도사 같다. 허기가 지거나 커피 콩을 자루에 다 담거나 해가 지면 집을 향해 걸어간다. 쉰 아홉의 로스 램프는 미국 오하이오주 유리공장의 선별포장실 밤교대근무 책임자다. 15년간 하는 일이지만 여전히 만족스럽다. 벌목공이라는 말 대신 "숲에서 일한다"고 자신을 설명하는 서른 둘의 브렌트 보이드는 캐나다 뉴브런즈윅에서 일하는 신세대 벌목공이다. 책은 이들의 노동과 가족, 주변 풍경을 두루 담으면서 17세기 중반의 커피하우스, 4,000∼5,000년이나 된 유리의 역사, 중국 관리 채륜이 발명한 종이 제조법 이야기를 더한다.

다시 저자는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콩을 담는 바실리오를, 유리잔을 보면서 냉각가마 사이를 오가는 루스의 얼굴을 떠올린다. 신문지에서는 추운 아침에 벌목기에 기름칠 하는 브렌트를 찾아낸다.

에세이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고 미시사 연구서 같기도 한 이 책은 평범해서 하찮아 보이는 물건이라도 거기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의 땀과 눈물,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애정과 탄식이 묻어있다는 사실을 유려한 문체로 강조한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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