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8일 폭로한 '국정원 도청 자료'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은밀하게 행해지고 있는 도·감청 기술과 실태 등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첨단장치 활개
보안업계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도청기는 전원공급장치 여부에 따라 유·무선으로 나뉜다. 유선도청기는 전화선 및 전화 단자함이나 전원 콘센트에 연결해야만 작동되는 기생형 도청기이다. 유선 도청기 중에는 전기선을 이용해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있다. S보안업체 관계자는 "비밀 마이크가 콘센트 내에 숨겨져 있으며 벽 속의 일반 전기선을 통해 음성정보를 전달하는 원리"라며 "전원공급이 계속되는 한 반영구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업보안 안교승(40)사장은 "유선전화는 전화국내 단자함에서 부터 단말 전화기까지의 구간에서 20여가지 방식의 도청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최근에 나오는 도청장치는 통화 중 감도저하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보안업체는 어림잡아 500여 곳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선 도청기의 경우 전원공급 장치인 배터리가 내장돼 자동으로 작동되며 집게손가락 크기부터 손톱만한 크기로 점차 소형화하고 있다. 음성을 자동으로 인식해 전송하는 VOX형 도청기, 반경 1∼2㎞ 밖에서 무선으로 작동시키는 리모트 컨트롤 도청기 등 첨단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유리창에 적외선을 쏘아 대화내용을 탐지하는 장치까지 나와 있다.
휴대폰에 대한 도·감청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도청기술은 우리와 같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통화방식을 사용하는 미국에서도 1997년 이후 사실상 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맺어졌다"고 지적한다.
■유통경로는
도청기 구입경로는 다양하다. 서울 청계천 세운상가의 일부 전자부품상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미국 일본 등지에서 밀반입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한 업체는 한국어판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도청 기기를 잘게 분해하면 세관을 통과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이메일로 접수해 한국 내 제조업체에서 고객에게 보내주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귀띔했다. 한편 도청기는 수입허가 대상이 아니어서 국내 도청기는 모두 불법 수입되거나 일반 전자부품 명목으로 수입, 국내에서 조립한 뒤 완제품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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