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테러 부르는 反테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테러 부르는 反테러

입력
2002.11.30 00:00
0 0

대(對) 테러전은 테러를 막을 수 있을까. 28일 케냐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는 테러와 대 테러전의 악순환이라는 고전적 이론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한다.2주 전 미국 정보기관이 진짜라고 결론을 내린 테이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 새로운 공격을 예고한 가운데 터진 이날 테러는 미국인이 아닌 이스라엘인을 대상으로 삼았고, 날아가는 비행기에 미사일을 조준한 대담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전세계를 다시 한번 경악케 했다.

세계 각국은 민간인에 대한 테러를 앞 다투어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뿐이다. 문자 그대로 언제 어디서 누구의 목숨을 노릴지 모른다는 공포는 지금 이 순간도 지구촌을 짓누르고 있다. 이스라엘의 강경파 벤야민 네탄야후 외무장관은 사건 발생 직후 "오늘 이스라엘 비행기를 겨눴던 미사일이 내일 미국, 다음날 영국의 비행기를 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11 테러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는 암살과 같은 '더러운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전 세계를 향해 미국 편에 설 것인지 테러 편에 설 것인지를 양자택일하라고 강요했다.

동맹국은 부쩍 늘었다. 미군은 현재 세계 60여개 국에 병력을 파견, 세계 정치지도를 바꿔가며 이른바 대 테러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초강대국 미국이 반테러의 깃발을 높일수록 테러의 강도 역시 높아지고 있음을 지구촌은 지난 1년 간 목격했다.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빈발하는 테러는 테러와 반테러 사이의 역설적 관계를 증명했을 뿐이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팔레스타인인들, 오랜 경제제재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이라크 어린이들. 이들 모두는 잠재적인 내일의 자폭 전사일 수 있다. 대 테러전을 '또 다른 얼굴의 테러' 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테러와 반테러, 그 악순환은 언제까지 갈 것인가. 국제부 기자는 혼미스럽다.

김용식 국제부 기자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