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국민통합21은 대선 선거운동 개시 3일째인 29일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민주당 선대위 임채정(林采正) 정책본부장과 통합21 전성철(全聖喆) 정책위의장 사이에 서명된 합의문 내용을 살펴 보면 양측 입장을 절충한 결과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합의문이 발표된 지 6시간 만에 개헌 발의 시기와 관련된 부속 합의문이 나온 것도 절충의 산물이 갖는 불완전성에 기인했다. 양측이 이날 오전에는 '17대 국회에서 (개헌을) 발의한다'고 했다가 오후에 '17대 개원 국회에서 발의한다'로 고친 것은 개헌발의 시기를 2004년으로 못박았다는 의미다. 이는 통합21측이 강력히 요청한 결과이고 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나중에 "발의는 2004년에 하되 발효 시점은 2008년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 것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측의 입장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 발효 시점을 늦춘 것은 노 후보 집권 시 임기를 중단시키는 방식으로 '권력 나누기'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통합21측 요구대로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표현을 썼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도 절충의 결과다. 다만 양측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개헌을 추진한다는 수식어를 붙이는 데에는 동의했다. 양측이 구체적인 개헌안에 대해 모호성을 유지키로 한 것은 통합21 요구대로 이원집정부제 내용을 명시하면 당장 '권력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헌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장기적 협의 과제가 됐다. 개헌을 대선 공약이 아닌 17대 총선 공약으로 하기로 한 것은 통합21이 양보한 부분이다. 이와 함께 양측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개헌을 추진키로 해 개헌의 목적을 분권형 대통령제에 국한하지 않는 개방적 형태에도 합의했다.
합의문 수정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이날 양당 합의로 개헌 논란이 완전히 종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합의문 자체가 최소한 1년 반 이후의 상황을 상정한 양당의 신뢰에 기초하기 때문에 선거 과정에서 이 신뢰에 금이 가면 언제든 다시 화약고가 될 수 있다. 또 통합21측의 내부 사정도 합의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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