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진우(37)씨가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거제도 남단 저구마을에 자리잡은 지 3년째다. 농부나 어부로 살아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니었고, 거창한 신념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도시보다는 시골이 나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 내려갔다. 밭을 만들고 강아지를 두었다. 가끔씩 아이들을 데리고 바다로 나갔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도시가 좋니? 여기가 좋니?" 아이들은 살다 온 곳이 도시인지도 모르더란다.이씨가 글과 사진을 함께 담은 산문집 '해바라기 피는 마을의 작은 행복'(생각하는백성 발행)은 섬마을에서 살아온 3년의 기록이다. 지금껏 살아온 시간보다 거제도에서 보낸 이 시간이 자신을 더 많이 변화시켰다고 그는 고백한다. 도시에서 작가는 살아남기 위해 악다구니를 써야 했다. "사람도 아니었다"고 이씨는 도시에서의 시간을 말했다. 좀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섬으로 떠났다. 다시는 도시로 돌아가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난하고 불편하고 외진 인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그 삶이 훈훈하고 정겹다. 이웃이 채소나 생선을 담아준 그릇에 또 그만한 걸 담아서 돌려주면 된다. 서로 돈을 주고받는 일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다 보니 돈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는지도 잊어버렸다. 감나무 그늘 아래서 책 읽기, 글쓰기, 인터넷 둘러보기, 밭일 하기, 낚시하기, 막걸리 마시기 같은 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집안에 들어앉은 시계는 종일토록 졸고 있다. 순하고 맑은 동네 사람들의 몸과 자연이 시간을 알려주는 곳에서 작가는 도시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지난 며칠이 하루처럼만 느껴집니다. 무언가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알려 들지도 않습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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