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랜시스 로빈슨 등 지음·손주영 등 옮김·시공사 발행·2만8,000원9·11 테러 이후 이슬람 관련 책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테러 때문이 아니라도 이슬람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 자연스런 현상이 됐다. 신도수만 13억명에 이르고 유럽과 북미에도 그 신도가 각각 1,000만명이 넘는다. 더욱이 이슬람 신도의 증가율은 전세계의 인구 증가율과 기독교 신도 증가율을 앞서고 있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이슬람사'는 영국 런던대 남아시아 역사학 교수 프랜시스 로빈슨 등 전문가 8명이 함께 쓴 대중용 역사 서적이다. 테러 집단이라는 편견 때문에 잘못 보기 쉬운 이슬람 1,400년 역사와 문화, 생활양식, 이슬람 왕조와 국가 및 제국의 정치· 문화사, 이슬람 세계의 각종 제도와 지식 체계의 형성, 발전 과정을 담고 있다. 220여컷의 사진과 그림은 현장감을 더해 준다.
책은 이슬람이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슬림은 신앙이 없는 사람보다는 기독교인을 그나마 뜻을 같이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92년 영국 버밍엄에서는 기독교인과 시아파 신학자들이 모임을 갖고 공통분모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슬람 지도자들은 20세기 초 자주국가 건설을 위해 서구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페즈(fez·챙 없는 모자)는 없어져야 합니다. 페즈는 무지와 게으름, 광신주의, 진보와 문명화에 대한 증오의 상징으로 우리 민족의 머리에 씌워져 있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문명화한 세계가 사용하는 해트(hat·테 있는 모자)를 써야 합니다." 터키의 지도자 케말 아타튀르크가 1927년 의회에서 행한 연설을 보면 이슬람이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책은 1990년대 이후 자행된 무모한 테러가 이슬람 내부에서조차 비난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들은 자기 주장을 최소화하고 사실의 전달에 치중해 판단을 독자에게 맡긴다. 이슬람에 대한 사전적 자료로 가치가 높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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