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빚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경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가계 신용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는 신용 카드다. 카드가 1억장을 훨씬 뛰어 넘어 국민 한 사람이 4장 이상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카드 빚을 못 갚는 사람들이 급증, 자살 살인 강도 등 각종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부 은행에서는 은행장 등 임직원 들이 연체 고객들에게 직접 빚 독촉 전화를 할 정도로 심각하다.■ 재정경제부가 교육을 시키겠다고 나섰다. 여신전문금융협회를 통해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사용이 초래하는 폐해 등을 담은 유인물을 만들어 청소년에게 배포하고 이메일도 보내기로 했다. 더 나아가 각 대학의 교양 강좌와 고교의 특활시간에 신용카드 사용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법이 과연 효과적이라고 정부는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교육이 부족해 신용카드를 마구 사용하고 있다고 정부는 믿고 있는 것일까. 어쩐지 '책상 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 9월 초 한국신용카드학회가 창립됐다. 법학 경영학 경제학 등 관련 학자와 카드회사 및 정부 관계자 등 200여 명이 모였다. '신용카드 제도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민들이 신용카드를 편리하게 이용하면서도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는 신용사회의 건설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가 창립 취지다. 창립 총회 참석자들은 현 신용카드 과열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정보화 시대의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를 표방하며 결과적으로 과열을 주도한 정부라고 규정했다.
■ 현금 서비스, 할부 구매, 이용 수수료 등 신용카드와 관련된 많은 문제에 비하면 미성년자의 카드 사용은 사실상 지엽적인 문제에 속한다. 현재 유통 중인 1억 여장의 신용 카드 가운데 미성년자의 카드는 1만 여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회장을 맡은 김문환 국민대 교수는 신용카드 과열 혜택은 세금을 더 많이 거둔 정부인 만큼 정부는 추가 세수의 절반을 신용카드 과다 사용에 따른 개인 파산 문제 해결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달 전의 일이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바로 오늘 이야기인 것 같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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