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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사가 대기업계열 호텔 임원됐다/ 정태송 프라자호텔 상무보 "아직 책상보다 도마가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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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사가 대기업계열 호텔 임원됐다/ 정태송 프라자호텔 상무보 "아직 책상보다 도마가 편해"

입력
2002.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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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라자호텔 정태송(鄭泰松·52) 조리팀장이 26일 한화그룹 한화개발(주)(서울프라자호텔 법인명) 상무보로 발령 받았다. 1994년 삼성그룹 계열 신라호텔이 조리장 후덕죽(侯德竹 ·중식조리담당)씨를 이사대우(현 상무이사)로 임명한 적이 있지만 후씨는 화교. 대기업 계열 호텔에서 한국인 조리사가 임원으로 승진한 경우는 처음이다. 더구나 정씨는 유학 및 전문학교를 거치지 않고 호텔 조리사 외길만을 걸어 더욱 눈길을 끈다.정씨의 꿈은 경찰이었다. 그러던 그가 마포고를 졸업한 뒤 용산 미2사단에서 군생활을 하며 조리사의 꿈을 키웠다. 식당에서 일하게 된 그는 사병들이 체계적으로 식단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꼼꼼한 성격과 잘 맞는 것 같아" 방향을 바꾸었다. 제대 후 바로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 73년 조선호텔 조리사로 일하다 76년 문을 연 서울프라자호텔에 스카우트됐다. 정씨는 "당시는 호텔 조리사를 밥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고 위계질서도 엄격해 어려움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도 당시 선배 조리사의 어깨 너머로 배우며 적어놓았던 '비법 노트'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97년 서울프라자호텔 조리 총책임을 맡은 이후 차장에서 부장(99년)으로, 다시 상무보로 초고속 진급했지만 그는 언제나 주방에 가장 먼저 출근, 그날의 메뉴를 일일히 점검한다.

양식 전문인 정씨는 87년엔 서울특별시장 표창, 99년엔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특히 99년부터 국내 호텔 최초로 조리연구개발팀 '조리 7인방'을 운영해 후배 요리사들과 함께 한식과 양식을 조합한 '퓨전 메뉴' 개발에 힘써왔다. "맛은 단순한 기술 보다는 끝없는 연구와 정성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정씨는 "진정한 조리사의 길은 끝없는 수행"이라며 "아직은 책상보다 도마가, 펜보다는 나이프가 더 편하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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