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성폭력 예방을 위해 성폭력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정보은행 신설을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최근 여성부가 주관한 '성폭력 근절 심포지엄'에서 "범인을 효과적으로 잡기위해 관련 범죄자들의 유전자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유전자 정보은행 신설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인권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서울대 의대 이윤성(李允聖) 교수와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병수(金炳秀) 운영위원으로부터 유전자은행 설립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본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 찬성 / 이 윤 성 서울대 의대 교수
"유전자 정보은행은 전과자의 유전자를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유사 범죄 발생시 신속하게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윤성 교수는 우리나라 성폭력범죄자의 재범 비율이 60%, 전과 3범 이상은 34%에 달해 재범률을 줄이고 신속한 범인 색출, 검거를 위해서는 유전자 정보은행의 설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은행 입력 대상은 모든 국민이 아니라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사건으로 형이 확정된 범죄자로 국한한다"면서 "이 같은 과학수사기법은 각 선진국 법정에서 증명력을 확고하게 인정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보은행의 자료로 쓰이는 유전자는 사람마다 다른 형태로 나타난 특이한 유전자(다형성·多形性)이기 때문에 개인식별 이외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인권침해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인권 선진국가인 미국, 영국 등도 이미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럽의 상당수 국가도 금명간 이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선진국의 시행착오 등을 보완해 운영하면 긍정적 기능이 높다"고 말했다. 정보은행의 자료를 이용해 성 폭력범 등 강력범죄를 수사 할 경우 무고한 사람을 용의자로 몰아 참고인 조사 등을 하는 경우가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전자 은행의 관리 주체를 검찰로 하느냐 아니면 경찰로 하느냐는 기술적 문제"라며 "정보은행을 확대 운영할 경우 범죄 수사뿐 아니라 미아찾기나 이산가족 찾기 때에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반대/ 김 병 수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위원
"성폭력범의 재범률이 높다는 이유로 죄값을 치른 범죄자의 DNA를 국가가 강제로 채취해 보관하는 것은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는 또 다른 인권침해입니다."
김병수 위원은 비록 범죄자라 할 지라도 신체의 고유한 영역을 강제로 침해 당해서는 안되며, 이는 프라이버시의 심각한 훼손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유전자 정보는 개인 정보인 동시에 가족의 정보"라며 "국가 기관에 입력된 정보가 유출돼 악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전국민 주민등록번호제와 지문날인제도를 운영하는 등 강력한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다"면서 "유전자 정보까지 사용하게 된다면 국가의 통제와 감시는 더욱 확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검찰이 유전자 정보은행을 운영할 경우 무고한 용의자에 대한 수사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 등의 사례를 보면 무고한 시민이 강제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당한 경우도 허다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처음에는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 성범죄, 살인 등 흉악범에 대해 유전자 은행을 이용하지만 나중에는 사소한 절도범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이 확대되는 경향"이라며 "미국 뉴욕주의 경우 처음에는 정보입력 대상 범죄가 21개 였지만 1999년에는 107개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성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피해자가 신고를 해도 인권침해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 신고율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며 "사회적 인권적 논의가 활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정보은행을 설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유전자 정보은행은
성폭력 범죄자의 혈액 등을 채취, 유전자를 데이터베이스화 해 유사 범죄가 발생하면 이를 이용해 범인을 추적, 검거한다.
영국은 1995년, 미국은 98년 각각 설립했으며, 유럽의 상당수 국가와 캐나다,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95년 검찰이 법안을 마련했으나, 사회단체 등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반대해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검찰은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 5년 이내에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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