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세계경제 환경은 다자간 교역 활성화와 지역주의 확산이 양립, 상호 보완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와함께 글로벌화의 심화로 세계경제를 기능적·지역적으로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우선 지난해 21세기의 새로운 무역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도하개발아젠다(DDA)가 채택되어 2004년까지 협상을 완료하게 되어 있다. DDA협상은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7년 동안 타결하지 못한 시장개방과 무역규범 분야의 의제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각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지대할 것이다. DDA 출범으로 지역주의에 대한 위기감은 어느정도 완화하고 있지만 경제적 이해를 같이하는 국가간 통합 추세는 확산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아세안(ASEAN)을 비롯한 주요 교역 대상국과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을 확대하기 위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DDA 협상과 지역주의 확산이라는 도전과 기회를 맞아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21세기의 교역질서 재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통상과제를 정확히 진단·조율하고 정책을 효율적으로 입안·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주목해야 할 요소들이 있다.
우선, 마늘협상 파동 및 한·칠레 FTA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조율 부재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사안별 이견을 사전에 조정, 단계적 협상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정책 조정기능을 이해관계 그룹이 아니라 중립적 전담 부처에 부여해야 한다. 둘째, 대외 통상의 공공적 성격을 감안할 때 전담 분야별 정예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DDA협상만 하더라도 농업과 서비스는 물론이고 환경, 지재권 등의 이슈를 일괄타결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양성, 활용하고 연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급속한 글로벌화는 정보격차를 심화하기 때문에 지식과 정보를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현안과 관련한 생생한 현장 정보를 수집·분석, 이를 적시에 협상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우리와 이해가 일치하는 국가들과 전략적 연대를 구축하고 정책공조로 국제적 발언권을 높일 수 있도록 외교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와 경제·교역 규모가 비슷한 호주, 벨기에, 캐나다 등이 대외교섭부처가 통상교섭을 전담케 하는 이유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의 통상조직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화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DDA협상 종료일이 2년 앞으로 다가와 있고, FTA협상에도 박차를 가하여야 할 시기에 통상조직의 하드웨어에 손을 대는 것은 현실적이 못해 보인다. 효율적인 대내 조정기능과 강력한 대외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과 위상이 부여되지 않는 한 아무리 이상적인 모양을 갖추더라도 현재의 문제점은 해결될 수 없다.
김 상 겸 대외경제 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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