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관광특구 발표 이틀만인 그제 개성공단을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발표에 맞춰 금강산 육로관광과 개성공단 건설의 걸림돌이었던 지뢰제거작업을 재개하자고 통보하는 '성의'도 보였다. 신의주 특구가 출발하자마자 양빈 초대장관의 구속으로 좌초한 상태에서, 금강산 특구와 개성공단을 경제 회생의 돌파구로 삼으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7월 시작된 경제개선 관리조치를 계기로 본격화한 북한의 개혁·개방 움직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징후는 반갑고 환영할 만하다. 개성공단 특구법의 선포로 우리 기업의 대북 진출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핵무기 개발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북미관계의 개선이다.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다고 해도 외국 기업과 자본을 유치할 수 없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나라에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투자할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핵무기 개발과 개혁·개방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일 뿐이다. 경제협력과 군사문제는 별개라는 북한의 주장은 투자자들에게는 억지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북한은 개성공단 성공의 전제 조건이 핵 개발 포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단기적으로 개성공단의 성패를 쥐고 있는 것은 남한의 기업이다. 북한이 남측 인사를 공단의 관리책임자(이사장)로 임명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공단 토지의 분양가와 근로자 임금 수준이 적절하게 책정된다면, 남북한 모두에 윈-윈게임이 될 수 있다. 개성공단의 성공 여부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신뢰를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법령 발표나 공단 조성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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