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의 단일화 공조가 진통을 겪고 있다. 정 의원이 요구한 2004년까지의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때문이다. 노 후보는 정 의원의 개헌 논의를 수용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으나, 정 의원측은 "논의만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수사(修辭) 아니냐"며 보다 구체적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 후보측은 분권형 대통령제의 수용이 권력 나눠먹기의 구태(舊態)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우리는 정책대결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 때문에, 대선에서 개헌문제가 쟁점화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대한 결론은 노·정 두 사람이 내리겠지만, 이에 대한 최종 심판은 유권자들 몫이다. 유권자들은 뜬구름 잡는 식의 개헌문제 보다는, 경제와 교육 등 실생활과 직결된 분야의 정책이 제시되기를 원하고 있다.
두 사람은 25일 후보 단일화 뒤 가진 회동에서 다시 만나 정 의원의 선대위원장 수락문제와 정책협의 등 단일화에 수반될 제반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재 회동 성사가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단일화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국민들은 단일화에 대한 호(好) 불호를 떠나 정치권에서도 약속이 지켜질 수 있다는 점과 깨끗한 승복을 한 정 의원의 페어플레이를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개헌문제를 둘러싸고 마무리 작업이 질척거리고 있는 것은 단일화에 대한 평가를 후퇴시킬 수도 있다. 모처럼 정치판에서 본 참신한 장면이 불과 며칠이 못 돼 흐려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두 후보 진영이 단일화의 초심으로 돌아가 원만한 합의를 도출, 약속이 지켜지는 모습을 또 다시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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