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은 미군 궤도차량 여중생 사망 사건 발생 5개월 만에 이뤄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사과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그나마 사건을 소개한 일부 기사도 거의 한국 내 반미 감정 확산에초점을 맞춰 보도했다.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8일 '한국에서 반미 감정이 들끓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건의 파장과 부시의 사과를 길게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미국인 사절'이라는 안내문이 내걸릴 정도로 반미 감정이 심각한 상태라며 "친미적 성향의 한나라당이 부시의 사과를 요구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번 반미 물결은 좌익 학생들에서 전국민으로 확산되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며 미국이 진심어린 사과를 일찍 했더라면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한국민의 정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 신문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이 여러 차례 사과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주한미군측 불평을 소개하면서 "결국 부시를 대신해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 대사가 사과하게 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허바드 대사의 사과 발언 내용과 육성이 아닌 부시의 사과를 사과로 간주하지 않는 한국 시위대의 분위기를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 CNN 방송 등 다른 언론들은 부시 사과에 관한 독자적인 기사를 게재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2000년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발생한 주일 미군 일본 여중생 성추행 사건 당시와 비교된다. 사건 발발 1달 만에 미·일 정상회담 참석차 방일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사과하자 미 언론들은 당국의 태도에 발맞춰 비중 있게 사안을 보도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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